▲ 윤창렬 로비리스트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와 관 련, 검찰 내에서도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직원들의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 ||
이 와중에 단연 주목받는 것은 일명 ‘윤 회장의 로비리스트’이다. 가장 최근에 작성된 명단에는 검찰과 경찰 인사를 포함한 51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중 검찰 인사는 전·현직을 합쳐 모두 11명.
주목할 부분은 이 ‘검찰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최근 미묘한 입장 변화. “시중에 떠도는 증권가 루머를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며 애써 무시했던 검찰이 최근 “내부 조사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쪽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하지만 리스트에 거론된 이른바 ‘11인방’들은 한결같이 윤창렬과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윤 회장의 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정치권이 한창 힘겨루기를 벌이던 지난 7월 초부터 이미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감찰부 등에서는 조심스럽게 검찰 내부 관련 인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리스트 명단은 이미 나돌았고, 검찰도 이를 입수한 상태였던 것. 하지만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가 지난 7월21일 정식으로 청와대와 검찰에 이와 유사한 리스트 문건을 전달하자, 더이상 내사 수준에 머물 순 없게 되어 버렸다.
검찰 리스트에 거론된 면면들을 보면 실로 화려하다. 전직 검찰 총수 2명에 현직 검사장급 인사도 2명, 그리고 나머지 인사들은 거의가 부장급 이상이다. 만약 이 리스트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검찰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 이 리스트는 윤 회장의 ‘과시적’인 인맥 부풀리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정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 반증으로 평소 윤 회장이 주변에 검찰 내 인맥을 통한 정보 습득 능력을 한껏 자랑했던 문제의 정보 제공자는 실제 검찰 고위 인사가 아니라 서울지검의 한 과장급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근 검찰은 서울지검의 S과장을 조사중이다. S과장은 호남 출신으로 검찰에서 오랜 근무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으로 통한다.
윤 회장은 S과장을 통해서 검찰 직원들 회식 자리에도 일부러 참석하는 등 검찰에 줄을 대려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회장이 검찰 고위직 인사를 폭넓게 알고 있다면 굳이 검찰 직원까지 챙기고 다닐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 그렇다면 11인방의 이름은 어떻게 해서 불거지게 된 것일까.
비공식적으로 이 리스트를 접했다고 밝힌 한 검찰 관계자는 “윤 회장이 친분이 두텁다고 과시해온 특정 인사 2∼3명을 중심으로 주변 인사들을 불특정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평소 주변에 “일이 생기면 전 총장 A씨에게 부탁하면 다 해결된다”며 유독 A씨와의 유착관계를 과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총장 출신인 A씨는 호남 검찰 인맥의 대부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인맥으로 통하는 B검사와 C검사가 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전남 출신들로 전북 출신의 윤 회장과 직접적인 동향 관계는 아니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굿모닝시티의 또다른 배후 인물로 최근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가 중간에서 자신의 친 검찰 인맥을 윤 회장에게 소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리스트에 거론된 B검사는 “내가 거기에 이름이 올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루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체불명의 내용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역시 윤 회장이 사석에서 친분설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진 D검사는 명단에 오른 인사들 중 현직으로는 가장 고위 간부. 검찰 주변에서는 윤 회장이 어떻게 D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두 사람의 연관관계를 굳이 따진다면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정도. 부장급 E검사 역시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연고로 리스트에 거론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검의 한 관계자는 “E검사는 지난 DJ 정권에서도 석연찮은 수사 종결로 구설수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며 “그런 행동들로 인해 이번 사건의 불똥이 튄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이 명단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영남 출신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현직 검사장급인 F 검사가 특히 주목받는다. 그는 지연이나 학연, 그리고 근무지 등에서 윤 회장과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대검의 한 관계자는 “F검사의 경우 그의 친형이 윤 회장의 또다른 관련 리스트에 언급되고 있는데, 아마 그 때문인 듯하다”고 추측했다. 역시 PK 출신 G검사는 F검사의 고교, 대학 후배인 점이 작용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TK 출신의 H검사는 특수 수사분야의 배테랑으로 유명한데, 딱히 윤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 역시 “내 이름이 왜 리스트에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PK 출신으로 지난 80년대 초부터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중인 I변호사, 서울 출신의 J검사, 전직 검찰총장을 지낸 K변호사 등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역시 한결같이 “윤 회장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입장.
특히 K변호사는 “지난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것 때문에 툭하면 내 이름을 들먹이고 있다”며 “또다른 전 총장과의 친분설 때문에 내 이름이 거론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문제의 리스트에 대해 “전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검찰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리스트 중 분양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포함됐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며 “워낙 윤 회장의 돌출적인 전방위 로비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탓에 검찰 내부에서도 누구하나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긴장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