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를 양성해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던 계획이 소득세 과세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이종현·박은숙 기자
그런데 앞으로는 확정일자를 기본 자료로 활용해 국세청이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아도 국세청이 알아서 세금을 부과한다는 얘기다. 2015년까지 2주택 이하 연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비과세하기로 했지만, 2016년부터는 영세한 임대소득자라해도 과세대상이 된다. 연 임대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인 경우 소득세는 공제되는 것이 많아 내야 할 세금이 없지만, 임대소득이 연 1200만 원만 되더라도 11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대상은 적어도 130만~15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세입자가 지자체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주택(국토부 전월세 거래량)은 137만 4013가구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월세납부액의 10%까지 돌려주기로 하면서 신청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대상도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에서 7000만 원 이하로 확대된다.
이 같은 임대소득세에 대한 과세는 공평과세,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선 분명 정당하다. 하지만 당장 다주택자를 끌어들여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던 정부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보다는 과세를 피하기 위해 이면계약을 하거나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 다주택자들의 경우 안 내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시장 살리기 정책을 믿고 2주택자가 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김 아무개 씨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정부가 연말까지 집을 사면 주택 수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5년간 양도소득세도 면제해준다고 해 주택을 한 채 더 샀다. 그가 산 집은 전용면적 85㎡ 아파트로 2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는 이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2억 원에 월 임대료 100만 원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임대했다.
이 집은 순수전세로 임대할 경우 보증금이 4억 원이어서 월세전환율은 연 6%에 이른다. 김 씨는 2억 원에 대한 대출을 3.8%의 금리로 빌렸기에 6%의 이율로 월세를 내놓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월세로 할 경우 김 씨는 2016년부터 1년치에 대한 임대소득세 약 11만 원을 내야 한다. 그렇다고 전세로 전환하면 세금은 내지 않지만 보증금이 4억 원이어서 전세대출 제한을 받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김 씨는 “집 사라고 강권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느냐”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등 모두가 정부의 낚시질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주택을 사면 그 집은 주택 수에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도 5년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제도도 완전히 폐지됐다. 정부는 또 재건축 조합원들이 주택을 2채 이상 분양받을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중대형 한 채를 분양받느니 소형 2채를 사 임대를 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이는 임대소득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시장에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상당수가 임대소득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복병이 있다. 임대소득사업자로 등록하면 건강보험료 등이 따라 오르고,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양성해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던 계획이 자칫 소득세 과세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때문에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거나 전세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부동산시장 반응은 다르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다주택자들 가운데 집을 팔아야 할지, 전세로 돌려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혼선의 주된 이유를 정부부처 간 엇박자에서 찾는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다주택자 양성 등 주택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반대로 공평과세를 기치로 내걸면서 다주택자에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월세전환을 서두르면 시장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서둘러 세 부담을 확대하면 다주택자들의 조세저항이 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하지만 과세현실화에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여서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세저항을 완화해야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소득이 드러나면 소득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사회보장비용 산정 시 임대소득세나 제외시키는 등의 특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