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경찰서에 입건된 성인 네티즌들의 혐의는 서로의 성기를 보여주고 자위를 하는 등 이른바 ‘사이버 섹스’를 하면서 타인이 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음란화상채팅으로 성인 네티즌들이 검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때문. 음란 화상채팅은 그간 수없이 언론에 의해서 알려져 왔고 또한 이미 네티즌들이라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단 한번도 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음란 화상채팅 자체만을 놓고 볼 때 현행 법규로는 단속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은 범위에서 기호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속을 할 수가 없다는 것.
이는 경찰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불구속 입건을 했을까. 그 이유는 S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위 ‘투명인간’이라고 하는 채팅 아이템 때문이다.
‘투명인간’은 1시간에 1천5백원을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입자는 타인의 채팅방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가려준다. 경찰이 문제를 삼은 것은 바로 이 부분.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타인의 음란 채팅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이것은 ‘타인에게 음란한 영상·화상이 전시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판단, 정통법 제65조를 적용시킨 것이다.
그러나 논란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됐다. 형법상 음란물 관련 법을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바로 ‘의도성’과 ‘공연성’이다. 음란행위의 주체가 어느 정도의 의도성을 가지고 타인에게 공연·전시되느냐가 범죄 여부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이번 사건에 적용시킨다면 피의자들이 ‘의도성’과 ‘공연성’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 첫 번째 쟁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란 채팅에서는 대개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주목적’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피의자들 역시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입장은 확고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투명인간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는 사람이 채팅방에 들어오면 음란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그 출입 여부를 알 수가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계속 음란행위를 한다는 것은 ‘의도성’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앤드 김(Park & Kim) 법률사무소’의 김애영 변호사는 “비록 그 자체로 확실한 의도성은 없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미필적 고의로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타인이 자신들의 음란행위를 보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고 따라서 법에 저촉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
그러나 반대 견해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 제 65조는 ‘공공연히 전시 및 배포한다’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음란채팅자들은 자신들이 즐기기 위해서지 말 그대로 ‘공공연히 전시하기 위해’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투명인간’ 아이템을 판매하고 실질적인 채팅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S사이트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 현재 경찰은 S사이트가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고 또한 음란 채팅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만큼 법적 책임을 면제했다.
그러나 판례는 좀 다르다. 지난 7월 말 대법원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음란 사이트를 단순히 링크시켜 놓기만 해도 위법이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때문에 S사이트의 경우 단순 링크를 넘어서 실질적인 법적용의 근거가 되는 ‘투명인간’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고, 채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해당 S사이트 역시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으로 보여진다. S사이트의 팀장급 관계자는 “법적인 책임이 확실히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없다고 말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S사이트측은 현재 15명의 모니터 요원을 동원,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음란 채팅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또한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S사이트에서는 투명인간 아이템을 판매하는 동시에 ‘투명인간 방지 아이템’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또 채팅방에 들어가면 곧장 ‘이 방은 투명인간에 의해서 엿보일 수 있다. 음란 동영상 배포는 처벌받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화면에 뜨도록 했다.
한편 이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쨌든 음란 화상채팅 행위를 공공연히 벌인 일은 결코 떳떳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 법적인 문제를 떠나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한 수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생들까지 음란 채팅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용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의자의 인격과 권리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법의 정신이 있는 한 단지 ‘비도덕적이다’라는 이유만으로 단죄받을 수는 없는 일. 이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판단의 몫은 이제 재판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