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지난 1140호 ‘박삼구 아시아나 등기이사 컴백시도 막후’를 통해 보도했듯 박삼구 회장이 컴백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12.83%를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기한은 27일 주주총회 전까지. 그래야만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의 의결권이 살아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2대주주(지분율 12.61%)인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면서 박삼구 회장의 컴백은 무산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박찬구 회장, 박삼구 회장.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보유 금호산업 지분 매각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주총 1주일 전인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은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알렸다. 조건은 이렇다. 매각 금액은 21일 금호산업 종가 1만 2150원을 기준으로 총 513억 2887만 원. ‘총수익맞교환(TRS·Total Return Swap, 최소 투자수익을 보장하고 투자손실 보전)’ 방식이다. 금호산업 주가가 하락하면 아시아나항공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려고 채택했던 방식이다. 매각 대상은 국내 금융기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삼구 회장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매각 시점. 총 12.83% 중 1차로 4.90%를 25일 매각한다. 주총 직전이다. 남는 지분은 7.93%. 10% 아래로 뚝 떨어지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의결권이 살아난다. 나머지는 4월 21일까지 처분할 계획이라고 아시아나항공은 밝혔다. 2차 매각 방식과 대상은 ‘미정(대표이사에게 위임)’이라고 공시했지만 1차 때와 동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부담 위험이 있다”며 “박삼구 회장 측이 우호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아시아나항공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지분을 넘긴다”고 해석하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박삼구 회장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매각은 상호출자도 해소하고, 유동성 확보도 가능한 일석이조”라고 풀이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4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자본총계가 9033억 원으로 자본금(9755억 원)을 까먹은 자본일부잠식 상황이다.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금호산업이 증자에 참여할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금호석유화학은 여유가 있다. 증자 참여는 물론 추가적인 지분매입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한 것. 합성고무제조 세계 1위인 금호석유 자산은 4조 2000억 원, 자기자본은 1조 5530억 원(2013년 말)에 달한다. 또한 고 박정구 회장 장남인 박철완 상무가 보유중인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로 매입하고, 박 상무가 아시아나항공 지분확보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
박 상무는 한때 박삼구 회장과 한 배를 탔지만,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때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했다. 박찬구 회장으로서는 큰조카에게 금호석유화학을 물려줄 게 아니라면 새 둥지(아시아나항공)를 마련해 줄 필요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올해에는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데, 핵심은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이 가진 금호산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오는 데 있다”면서 “박 회장이 어떻게 채권단 지분을 인수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만약 금호석유화학 측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노린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