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개표기 | ||
그러면 문제의 전자개표기가 무엇이고, 왜 납품 과정에 로비까지 전개된 것일까. 먼저 이 전자개표기가 어떻게 중앙선관위에 납품됐는지의 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자개표기 도입계획이 중앙선관위에 의해 수립된 것은 지난해 초. 당시 선관위는 신속하고 정확한 개표를 위해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자개표계획을 수립키로 하고, 전자개표기를 입찰을 통해 납품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지난해 초 전자개표기 도입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이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C전자와 SKC&C 등. 이들은 전자개표기 제조업체와 프로그램업체, 그리고 네트워크 담당업체 등을 묶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이 입찰에서 낙찰받은 곳은 로비 의혹에 휘말린 관우정보통신이 소속된 SKC&C였다. 이 회사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는 관우정보기술, 한틀시스템 등이었다. SKC&C는 컨소시엄을 대표하고, 한틀시스템은 하드웨어를, 관우정보통신은 한틀시스템의 마케팅 에이전트 역할을 각각 맡았다.
문제는 전자개표기 도입계획이 중앙선관위가 먼저 수립한 것이 아니라 전자개표기 납품 입찰경쟁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측이 사전에 이 계획을 제안해 선관위가 이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 계획은 이미 로비를 전제로 한 선관위와 업체의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문제는 정확한 로비의 주체와 이유 등이 밝혀지지 않은 채 검찰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선관위에 로비를 한 곳이 SKC&C냐, 관우정보기술이냐 하는 점.
현재 검찰에서는 관우정보기술 대표인 류아무개씨를 로비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하고 구속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관우정보기술과 SKC&C가 현실적으로 파트너 관계였고, 선관위측과 기계 납품계약을 체결한 주체가 SKC&C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SKC&C가 이번 개표기 납품의 ‘주체’이고, 관우정보기술은 SK의 ‘딸린 식구’ 격임을 감안할 때 하청업체격인 관우측이 로비를 주도했다는 것이 어딘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C&C측은 “자사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비리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SKC&C의 관계자는 “전자개표기 납품권은 총규모가 90억원에 불과한데다, 이중 70억원 정도는 관우정보기술이나 한틀시스템의 몫이기 때문에 로비를 할 정도의 사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SKC&C에 따르면 관우정보기술, 한틀시스템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지난 2002년 초였고, 당시 SKC&C는 한틀시스템이라는 회사가 금융권에 수표, 어음 인식기계를 납품하는 것 등에 착안해 이를 개표에 응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다. 이 후 SKC&C는 한틀시스템측과 접촉했고, 이 회사의 영업을 맡고 있는 관우정보기술과도 자연스럽게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됐다는 것.
이 사건과 관련해 SKC&C는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음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SKC&C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공개된 뒤에도 우리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나중에 이 사업과 관련이 있었던 해당부서(공공영업팀)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 확인돼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물론 직원 관리 소홀의 책임은 인정하지만, SKC&C와 이번 사건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업체인 데다, 전자개표기 납품업자로 공식 선정된 회사명이 SKC&C 단일업체로 돼 있다는 점에서 SKC&C가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관우정보기술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관우정보기술 관계자는 “대표이사 외에 각 부서장 등이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우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