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3월 26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 수탁사업자 선정’을 공고했다. 공고가 나자마자 입찰 참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기업이 나오는 등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자리를 노리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는 공동수급체, 즉 컨소시엄을 구성해 5월 8일 오전 10시까지 입찰해야 한다.
2003년부터 오리온이 해오던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의 계약이 해지됨으로써 입맛을 다시던 업체들이 속속 입찰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입찰에서는 도덕성이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말썽을 빚은 기존 사업자 오리온의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으로써 업체들의 경쟁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리온 사태 여파로 한때 공영화도 논의됐으나 결국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이 났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주한 제안요청서에는 ‘제안업체의 지분비율 5% 이상인 구성주주(구성주주의 지배회사 포함), 구성주주의 대표이사, 구성주주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공고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법령 위반에 따른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며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의 자격 요건을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사업자인 오리온은 사실상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지난해 4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배제된 가운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사업자 선정 공고를 시작으로 업체들의 눈치싸움과 정보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 후보군 업체 관계자는 “저마다 쉬쉬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들 사정이 빤한 마당에 전략을 숨기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3월 27일 현재까지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유진기업과 오텍 2곳이다. 먼저 특장차·에어컨 제조업체인 오텍은 입찰 공고가 나기 전에 이미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강성희 오텍 회장이 직접 “스포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체육진흥에 힘을 보태고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처럼 회장이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혔음에도 준비 과정이나 담당 부서, 혹은 관련 팀에 대해서는 오텍 내부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 있는 본사나 오텍 서울사무소나 스포츠토토 참여에 대해서조차 아는 직원이 드물 정도다. 오텍 관계자는 “오텍솔루션즈에서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 그쪽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다”며 난처해했다.
나눔로또 수탁사업을 하며 복권사업에 대한 경험·기술을 보유한 유진기업이 가장 강력한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로또 사업자, 즉 (주)나눔로또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지난 3월 27일 “6년간의 로또복권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기술과 운영 능력을 앞세워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에도 참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스포츠토토 발행 사업으로 얻는 수익도 스포츠복지 등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할 것”이라며 수익사업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들 외에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코오롱, 보광, 대상, 삼천리, 휠라코리아 등도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팬택 대표에서 사임한 박병엽 전 부회장도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팬택씨앤아이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 스포츠토토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IT 전문회사는 물론, 당첨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인 탓에 입찰 참여 업체는 서너 곳으로 한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 당첨금을 지급할 수 있을 만큼 전국 곳곳에 점포망을 갖춘 은행이 서너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상그룹처럼 검토 과정에서 아예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진 기업도 있다. 대상 관계자는 “초반에는 팀을 꾸려 검토했지만 지금은 아예 손 떼고 준비했던 팀도 해체했다”며 “수수료율이 많이 떨어지고 사업성도 크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대상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력 후보 중 한 곳인 코오롱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으며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광그룹의 BGF리테일 관계자 역시 “별도의 팀이 구성된 것은 아니고 통상적인 수준에서 검토 단계”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 보광, 삼천리, 유진이 최종 사업자 선정을 놓고 경합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다 휠라코리아가 다크호스로 꼽힌다. 코오롱은 대기업인 데다 스포츠 의류·용품 전문회사를 통해 스포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를 빚은 데다 관련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고 16명이 입건되는 등 총체적 부실을 보인 것이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스포츠토토 판매액은 지난 2007년 1조 원을 넘어선 이후 6년 만인 지난해에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3년 판매액 283억 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무려 108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편의점을 비롯해 유통업계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사업이 절실한 BGF리테일로서도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BGF리테일이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로 선정된다면 편의점업계 1위인 CU(씨유)와 스포츠토토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삼천리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로또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LG CNS가 삼천리와 손을 잡았다는 말이 들린다”면서 “LG CNS라는 막강한 파트너와 함께 한다면 삼천리의 경쟁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사업 참여를 검토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할지 안 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다”면서 “LG CNS와 관계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유진기업이 꼽히고 있다. 유진기업은 지난 6년간 나눔로또 수탁사업을 무리 없이 이끌어왔다는 점과 그동안 쌓은 복권사업에 대한 경험·기술을 보유해 스포츠토토 수탁사업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자신하고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스포츠토토 사업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하며 복잡한 IT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필수적”이라며 “경쟁사들에 비해 운영 능력과 스포츠 분야 지원, 사회공헌활동에 앞서 있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가 나자마자 입찰 참여를 공식화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준비기간이 짧다는 것도 유진기업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5월 8일 입찰 마감에 5월 중순께 사업자 선정, 이후 1~2주일간의 본계약 체결 기간을 거쳐 6월 말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7월 3일부터 새로운 사업자로서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전국 6400여 곳에 달하는 판매점에서 날짜에 맞춰 영업을 시작하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다시 말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자가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에는 빡빡하다는 얘기다. 현재 업계에서 기존 스포츠토토 사업 조직 인사들을 서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