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탈세·배임 및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검찰 청사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조 사장이 효성ITX 등기이사에 1년 만에 복귀하는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효성ITX는 조 사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던 지난해와 비교해 ‘상전벽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4000원대 초반에서 맴돌던 효성ITX 주식은 3월 28일 기준 1만 9000원을 넘어섰다. 5배 가까이 뛴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이 떠오르면서 테마주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며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모를 정도로 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동안 IT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조 사장이 글로벌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사물인터넷 열풍을 타고 뒤늦게 복귀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현준 사장이 지난해 효성ITX 등기이사에서 내려왔던 것은 2012년부터 효성그룹 전략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그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물러났던 것”이라며 “그러나 조 사장은 효성그룹 내에서 정보통신PG(부문)장이다. 따라서 등기이사직에 없었다고 해도 그룹 내에서 효성ITX를 계속 챙겨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 사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어도 최대주주 자리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에 다시 효성ITX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이유는 조현준 사장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며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글로벌 사업경험을 접목해 효성ITX를 글로벌 IT기업으로 지속 성장시켜 나가는데 조 사장이 최적임자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효성ITX 지분 37.63%(434만 9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효성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조 사장이 그동안 IT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조 사장은 지난 2008년 효성그룹 내 6개 IT 계열사를 묶어 ‘갤럭시아그룹’이라는 소그룹을 형성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갤럭시아디바이스, 갤럭시아디스플레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이끌던 대부분의 IT 계열사들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좋지 않은 실적을 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신사업 동력을 위해 IT사업을 추진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다”며 “사물인터넷 열풍 속에서 조 사장이 효성ITX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