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고 출연료를 기록하다가 최근 MBC로 옮겨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상당수의 주부층 ‘오빠 부대’를 형성하고 있는 스타급 MC. 이런 이씨가 사기라는 ‘불명예스런’ 시비에 휘말린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현재 이씨에게 문제의 사건과 관련, 직·간접적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씨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씨가 거액의 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한 광고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중순 신규 설립된 한 패밀리레스토랑 운영업체의 광고에 “저 이상벽도 주주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동참하시죠”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
문제는 이씨를 앞세워 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사업주가 돌연 돈을 갖고 잠적해버린 데서부터 비롯되었다. 더군다나 이씨가 광고 내용과는 달리 실제 이 회사의 주주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게 된 것.
피해를 입은 투자자 및 주주들은 광고에 출연한 이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이씨측도 다급해졌다. 이씨의 한 측근은 “멍하니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며 이씨도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벽씨의 측근은 “현재 선생님(이상벽씨)은 그 회사의 광고 출연 사실도 모르고 있다.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제의 광고는 C패밀리레스토랑의 주주모집 광고. 당시 이씨가 얼마의 출연료를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4대 일간지 및 스포츠지에 두 달여 동안 게재된 만큼 상당액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의 확산 추세와 함께 인기 방송인인 이씨가 직접 주주로 참여했다고 나서면서 이 광고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광고를 본 투자자들이 몰려 목표액인 80억원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당시 투자에 참여한 주주는 1백60여 명. 사업주인 김아무개씨(49)는 전체 지분을 1백60 등분해 등기했다.
▲ 지난해 한 일간지에 실렸던 이상벽씨의 광고. 이씨는 자신도 모르게 무단으로 자기 사진이 광고에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 ||
하지만 돌연 사업주인 김씨가 레스토랑을 폐쇄한 채 잠적해 버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주주연합회 대표인 홍석의씨에 따르면 대표이사인 김씨가 지난 8월 종적을 감춰 지금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홍씨는 “처음 2∼3개월 동안은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배당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 연락마저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김씨는 주주들의 재산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2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 때문에 현재 상당수의 주주들이 은행으로부터 압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홍씨는 “애초부터 치고 빠질 심산으로 주주를 모집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상당수의 주주들이 은행의 경매 위기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직접 문제의 사업장을 찾았다. 동대문의 밀리오레 등을 벤치마킹한 강남 최초의 쇼핑몰로 지난해 7월 신축된 강남의 J빌딩은 현재 8층만 썰렁한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빌딩 8층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돈은 49억원. 한동안 상당수의 손님들이 이곳을 찾았으나, 몇 달 전부터 레스토랑이 문을 닫더니 현재는 주주 몇 명만 가끔 들를 뿐이다.
실제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로비의 조명도 모두 꺼져 있었다. 내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레스토랑 안의 집기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먼지가 쌓여 있었다.
사정이 이렇자 주주들이 이씨를 상대로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홍씨는 “당시 상당수의 주주들이 이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투자에 참여했다”며 “공인의 신분으로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광고에 출연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투자자들이 이씨에게 따지게 된 것은 실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가 이 회사의 주주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때문. 한 주주는 “분명히 ‘저도 주주가 되었습니다. 함께 동참하시지요!!’라는 광고를 보고 여기에 참여했다. 평소 이씨의 방송을 즐겨보는 팬으로서 그에 대한 믿음으로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장이 잠적한 C패밀리레스토랑이 영업을 중단한 채 굳게 닫혀 있다. | ||
이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이 이씨를 사기혐의로 고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법적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씨는 “주주가 아닌 상태에서 주주라고 광고를 냈다면 사기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팽배해져 있다”며 “주주 모임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 뒤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이씨는 현재 자신의 광고 출연 사실조차도 부인하고 있다. 이씨의 한 측근은 “주주 참여는 뭐고, 광고 출연은 또 뭐냐”며 “선생님(이상벽)에게 확인해 보니 ‘주주 모집은 물론이고 광고에도 출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스토랑측의 요구로 개업일에 사회를 봤고,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학교 후배 김씨를 홍보 모델로 추천했을 뿐”이라며 “그런 광고가 있었고, 레스토랑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씨측은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이 측근은 “레스토랑 사장이 선생님의 허락없이 광고를 게재한 것 같다”며 “상황을 더 파악한 이후 초상권 침해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는 게 주변의 지적이다. 문제의 광고는 당시 국내 4대 일간지를 비롯해 스포츠 신문에 두 달여 동안이나 게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고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홍씨측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이씨가 소개한 아나운서 김아무개씨는 현재 문제의 레스토랑 홍보이사로 등기돼 있는 상태.
주주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이씨가 전혀 몰랐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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