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심형래가 JTBC의 <전진배의 탐사플러스>에서 인터뷰 중인 모습.
심형래 감독은 4월 6일 종합편성채널 JTBC의 <전진배의 탐사플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디워2>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디워2>의 시나리오 80%가 진행됐다”고 알리며 “영화의 가제는 <리턴스 오브 더 드래곤>으로 정해놨다”고도 밝혔다.
100억 원의 채무에 시달리다 지난해 1월 파산 신청을 했던 그는 같은 해 3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1980~90년대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전성기 인기를 누렸고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정부로부터 ‘신지식인’이란 타이틀을 받고 승승장구하던 심형래의 파산은 연예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파산선고 당시 그는 “다시 열심히 활동해서 채무를 변제하겠다”고 했다. 임금이 체불된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체불 변상에 대한 입장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후 1년여 동안 심 감독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화계 어디에서도 그의 재기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디워2> 제작 계획을 알린 그의 발언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디워>
<디워>는 2007년 개봉 당시 785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다. 그 해 개봉한 영화를 통틀어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영구아트무비가 제작하고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미국 자본도 투입됐다. 대규모 미국 로케까지 진행되는 등 당시 ‘심형래의 할리우드 진출’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디워>의 제작비는 총 700억 원. 워낙 제작 규모가 큰 탓에 8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고도 제작비를 월등히 뛰어넘는 수익은 거두지 못했다.
쏟아 부은 제작비는 결국 고스란히 심형래 감독에게 화살이 돼 돌아왔다. <디워>가 성공했지만 영구아트무비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고 이후 2010년 개봉한 심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 파더>는 200만 관객을 겨우 넘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당시 제작비를 놓고 저축은행과 벌인 법적 다툼에서 패소해 영구아트는 폐업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형래 감독이 <디워2>의 구상을 꺼내자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심 감독이 직접 밝힌 내용 외에 영화계에서 그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디워>를 함께했던 쇼박스 측은 “후속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어서 가능성을 밝히기조차 어렵다”는 입장이다.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디워> 1편 이후 다른 영화의 기획이나 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최근의 상황도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라스트 갓 파더>
이런 계획은 영구아트무비의 재정난과 이후 심형래 감독이 송사에 휘말리면서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심 감독이 다시 <디워2> 제작을 밝힌 만큼 당시 이뤄지지 않았던 중국 자본의 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심 감독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연말 정도에 영화 촬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중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보다 어떻게 만들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워> 1편이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역학관계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디워>의 성공 배경에는 소위 ‘애국 마케팅’도 있다. 영화가 지닌 완성도만으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디워> 대 ‘한국영화’ 구도로 나뉘었고 대부분의 관객이 <디워>를 선택해 흥행까지 이뤘다. 하지만 후속편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디워>가 관객의 선택을 받았고 흥행에 성공한 저력은 인정받아야 하지만 영화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캐릭터나 이야기의 설득력이 약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후속편에서는 어떻게 이 부분을 보완할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