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복용 혐의로 입건된 에이미. 연합뉴스
에이미는 지난해 11월 서울 소재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만난 권 아무개 씨(여·36)에게 4차례에 걸쳐 졸피뎀 수십 정을 전달받았으며 그 일부를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에이미는 보호관찰소에서 한 달 동안 약물치료 강의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권 씨를 만난 것이다. 에이미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그는 약물치료 강의를 받으러 가서 새로운 마약류만 소개받고 온 셈이 된다. 검찰 기소를 거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에이미는 집행이 유예된 징역 8개월을 더해 실형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졸피뎀은 어떤 약물일까. 기본적으로는 불면증 치료에 활용되는 수면제다. 국내산 수면제보다 약효가 3배 정도 강해 뚜렷한 치료 목적과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이 가능한 의약품이다. 중독성이 강한 편이고 장기간 복용하면 환각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과거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 공포증에 시달리는 군인들을 위해 사용하던 약물로 알려진 졸피뎀은 해외에서 강간 등 데이트 성폭력에서 자주 사용되는 약물로도 유명하다.
이미 경찰은 졸피뎀 불법 투약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의 졸피뎀 관련 수사는 아직 연예계까지 확산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졸피뎀 불법 복용 혐의로 입건된 에이미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경찰은 연예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
유흥업계에서도 졸피뎀은 매우 유명했다.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유흥업계 종사자들 가운데에는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실제로 불면증 치료를 위해 졸피뎀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고, 그렇게 졸피뎀을 접한 뒤 중독된 이들도 있다고 한다. 논현동 소재의 룸살롱 마담의 설명이다.
“수면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이 바로 이 바닥일 것이다. 밤새 일하고 술까지 마셔야 하는 접대여성들은 잠이라도 푹 자고 싶은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좀 더 강한 수면제를 찾다 보면 결국 졸피뎀으로 온다. 그게 그렇게 약발이 좋다고 한다. 뭐 프로포폴만큼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주사를 맞는 대신 그냥 먹으면 되는 약이니 편리하기도 하다. 병원에서 의사가 달라는 만큼 주지 않으니 불법적으로 졸피뎀을 구해 복용하는 애들도 많다.”
어떤 방식으로 유흥업계에서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들이 불법 유통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에이미의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식으로 약이 필요하면 구해다주는 이들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라고만 얘기했다.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말하는 졸피뎀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중독성이다. 애초 일반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경우 점차 강한 약을 필요로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졸피뎀까지 이르게 되면 점차 중독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졸피뎀은 환각성도 강해 단순히 잠을 잘 이루지 못해 손을 댄 이들도 점차 환각에 빠져들면서 더욱 강하게 중독된다고 말한다. 삼성동 소재의 한 룸살롱 사장의 이야기다.
“요즘엔 이 바닥에서도 ‘약’(마약류)에 손대면 인생이 막장에 빠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과거엔 이쪽 애들이 필로폰 등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약을 하는 애들은 티가 나기 마련이고 그럼 ‘마이킹’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런 애들을 내보내 버리는 가게도 많다. 그런데 졸피뎀은 그런 위험한 약(마약류)으로 생각하질 않는다. 그냥 이 정도는 괜찮으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병원에 가서 이쪽 일 하는데 잠을 잘 못잔다고 하면 처방을 받아 정식으로 구입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계속 중독되면 꼭 약하는 애들처럼 변해간다. 그런 경우를 몇 번 봤다.”
그렇다면 연예인들도 졸피뎀을 상습 복용하는 사례가 있을까.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꽤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특히 프로포폴 불법 투약이 거듭 수사기관에 적발되면서 프로포폴의 대체재로 졸피뎀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프로포폴과 마찬가지로 졸피뎀 역시 유흥업계와 연예계가 비슷한 라인에서 이를 불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흥업계에서도 졸피뎀 중독 연예인에 대한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에이미가 졸피뎀 불법 복용 혐의로 입건되면서 관련 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다음 호에선 졸피뎀의 나락에 빠진 연예인들에 대해 유흥업계에서 나돌고 있는 얘기들을 구체적으로 다가가 보도록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