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개체수가 수십만 마리로 늘어난 되새떼는 매일 오후 4시30분쯤 어김없이 나타나 일몰 직전 마을 뒤편 대나무 숲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곡예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떼가 토해내는 배설물로 지붕과 길바닥, 차량까지 온통 하얗게 덮이는 데다 널어놓은 빨래도 더럽히기 일쑤여서 주민들에게 ‘골치덩이’가 됐다. 특히 나라에 변괴가 있을 때마다 이를 예고하는 조짐을 경험했던 마을 주민들은 되새 떼의 출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되새떼들의 쉼터인 대나무 숲으로부터 7백여m 떨어진 곳에 있는 둘레 15m, 깊이 1m의 샘인 몽천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과 박정희 대통령 시해를 하루 앞두고 황토물이 솟아올랐다고 금매리 주민들은 전했다. 또 지난 1994년 여름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의 잠자리 떼가 나타난 뒤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는 것.
난데없는 새떼 출현에 주민들은 대책회의를 열었고, 고민 끝에 조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새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교수는 “되새는 가창오리와 함께 무리를 지어 사는 겨울새로 여름엔 시베리아에서 주로 곤충을 잡아먹고 겨울엔 남하해 나무 열매나 풀씨 따위를 먹는 인간에게 이로운 조류”라며 “울진을 찾은 것은 소음이나 공장지대, 천적이 없는데다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