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아가씨들이 선불금을 떼먹고 업주를 등치는 이른바 ‘탕치기’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일부 아가씨들은 불법 영업을 하는 업주의 약점을 이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요즘 등장한 새 수법으로는 ‘퉁치기’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업주가 법적으로 불리한 점을 이용해 경찰에 신고한다고 위협, 업주와 합의를 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업주와 ‘퉁’했다고 하는 데서 퉁치기라는 말이 생겨났다.
퉁치기는 특히 업소들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 생겨나고 있는데 성매매 여성뿐 아니라 매니저라는 제3자가 중간에 개입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전북에서 노래주점을 오픈한 A씨는 골치아픈 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자신의 업소에 일하러 왔던 20대 여성 두 명으로부터 퉁치기를 당한 것. A씨가 주장하는 이들의 수법은 이렇다.
이들이 A씨의 가게로 온 것은 가게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평소에 알던 직업소개소를 통해 M씨, N씨 두 여성을 소개받았던 것. 이들은 각각 1천여만원의 마이킹을 끼고 있었다. A씨는 당시 두 명분의 선불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아 N씨 한 명만 쓰려고 했으나 N씨와 절친한 친구인 M씨는 “선불금은 차차 줘도 되니까 같이 있게 해달라”며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10일 후 A씨가 이들의 선불금을 모두 지불할 때쯤 이들 두 여성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알고 왔던 것과는 달리 이 업소는 단순 윤락만을 하도록 하는 3종 업소였던 것이다.
예전 같으면 업주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침묵하던 여성들은 반란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두 여성은 옷을 산다며 쇼핑을 나간 후 같이 따라갔던 ‘새끼마담‘을 따돌리고 잠적을 하며 업주와의 대결을 예고했다.
업주가 소개소 등을 통해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이들의 매니저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A씨에 따르면 이 매니저는 “두 여성을 찾아줄 테니 한 명당 5백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A씨는 절반인 5백만원을 주기로 하며 5백만원을 빌린 것으로 차용증을 써주자 두 여성이 있는 곳을 매니저가 알려주었다고 한다.
돌아온 뒤 이들은 이틀간 일을 하다가 일을 하기 싫으니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다시 이전의 매니저가 나타나 다른 곳을 소개할테니 소개비 3백만원씩을 내라고 요구했다.
이후 이들은 이런저런 빌미를 만들어 돈을 뜯어내려고 했고, 결국 A씨는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며 이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들은 바로 경찰에 선불금을 미끼로 윤락을 강요한 혐의로 A씨를 고발했다. A씨가 이들을 사기죄로 고발하기 전 이들이 먼저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불금과 관련한 사건에 있어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바라보는 양쪽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사건 담당 경찰들도 사건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에 업주를 신고한 M씨는 “애초 업주가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이 업소는 1종 유흥업소가 아니라 윤락만을 하는 3종 업소였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하다가 점점 가게에 실망을 했으나 달리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 아시다시피 이런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의지가 별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 나도 피해자”라며 자신의 입장을 하소연하고 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전북지방경찰청 담당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뭐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 혐의가 인정되면 양쪽 다 처벌할 예정이다. 다만 경찰로서 사회정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사실 관계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사건을 처음 접했던 <전라일보>의 한 기자는 “탕치기에 이어 퉁치기라는 신종 수법이 나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퉁치기의 경우 의도적인 케이스도 있지만, 업주가 강요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성매매 여성이 자구책으로 이 같은 수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업주의 강압적인 행태에 성매매여성들이 맞불작전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