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경주 출신으로 서울 중앙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부장판사는 법원 수뇌부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판사로 평가받는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관한 이후 엘리트 법관들이 모여 법원의 정책을 결정하는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총괄심의관과 사법등기국장, 사법정책 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오랜 기간 근무했다.
대법원 사법정책실장은 대법원장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하는 자리다. 대법원장이 구상한 대로 법원 전체를 이끌어나갈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판사로서는 처음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파견돼 일한 경력도 있으며, 법원의 주요 정책과 관련해 국회를 오가며 의견을 조율하는 업무를 오랜 기간 맡아 정무적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인사에서 재판업무에 복귀했다.
실제 서울고등법원 형사부 재판장들 중에서는 1심 판결에 수긍하지 못하는 인사도 다수 존재했다. 국가보안법상 내란죄가 중형을 선고하도록 규정된 범죄이지만, 구체적인 실행의 착수 없이 ‘음모’ 단계만으로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논리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적 성향으로 ‘튀는 판결’로 인해 골치를 겪고 있던 양승태 대법원장으로서는 법원 수뇌부의 입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 부장판사에게 이석기 사건이 배당된 것은 최선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 부장판사와 함께 사건을 처리할 주심인 진상훈 판사 역시 법원행정처에서 국제심의관을 지내다 재판업무에 갓 복귀했다. 재판장과 주심판사가 오랜 기간 행정업무를 전담해 재판감각이 떨어지지만, 대신 법원조직에 충성도가 높은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된 셈이다. 때문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재판부 성향을 검토해 특정 법관이 맡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기계배당을 통해 무작위로 추첨한 결과 이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고 해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의 경우 12개의 형사재판부가 있으며, 이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형사9부는 성폭력 사건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재판부다. 법원 관계자는 “12분의 1 확률로 재판부가 정해졌을 뿐인데, 법원행정처에 있던 판사들이 모인 재판부라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특정 재판부를 정해 사건을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이선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