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세월호 참사’ 여파로 각종 행사와 마케팅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회장단의 오찬. 사진제공=청와대
세월호 참사에 대기업들도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심지어 임직원들에게 추모기간 동안 골프나 음주를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대기업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일반 술집과 고깃집에 손님이 뚝 끊겼다고 전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 강서구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세월호 참사로 술과 고기를 먹으러 오는 손님이 확 줄었다”며 “그래도 다른 때와 달리 장사가 안 돼 걱정되기보다 우리 국민이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대기업들은 계획해놓은 행사 일정을 전면 취소하거나 다음으로 미루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전 계열사에 골프, 과음, 외부 행사 등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낸 삼성은 지난 18~20일 계획했던 삼성에버랜드 벚꽃축제를 취소했다. 삼성그룹은 또 ‘열정락서’를 무기한 연기했다. 열정락서는 그룹 차원에서 2011년부터 진행해온 대학생 토크콘서트로서 올해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지난 25일 열릴 예정이었다.
LG전자도 지난 26~27일 계획했던 손연재의 리듬체조 갈라쇼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4’를 연기했다. 포스코는 지난 19일 예정돼 있던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취소했으며 SK는 더 나아가 연예인이 등장하는 SK텔레콤 광고를 중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웃고 떠드는 행사를 할 수는 없다”며 “흥겨운 분위기든 진지한 분위기든 일단 예정돼 있는 행사는 전부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업계는 더하다.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주류업계 특성상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주류업체들은 주류 광고를 중단하는가 하면 신제품 시음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증권가도 예외가 아니다. 떠들썩하거나 흥겨운 분위기의 행사가 아닌데도 예정돼 있던 기업설명회(IR)를 취소하고 있는 것.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18~19일 제주도에서 개최하려던 ‘2014년 유망기업 컨퍼런스’를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이비젼시스템, 이지웰페어 등 국내 유망기업으로 꼽히는 기업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행사가 연기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취소됐다”며 “골프 프로암대회 등 현재 잡혀 있는 행사와 일정도 전부 취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굳이 IR까지 취소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IR이 취소된 탓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사가 위험해진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루머가 떠돌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는 “골프와 음주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이런 것들이 곁들여지는 IR을 취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괜히 행사를 진행하는 무리수를 둘 수 없다”며 “불안하면 취소하는 게 맞다”고 털어놨다.
유통업계와 카드업계는 매출이 급감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올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중단키로 하면서 여행업계도 내심 끙끙 앓고 있다. 그렇다고 마케팅에 신경 쓰기도 힘들다. 오히려 판촉행사 등을 취소해야 할 판이다.
이 같은 상황은 5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5월은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을 맞아 많은 기업들이 행사를 마련해놓은 터다. 일부 기업은 5월 행사 진행 여부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분위기는 그때 가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5월 행사도 전면 취소”라며 “행사 진행보다 국민정서, 희생자 추모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