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체는 다름 아닌 조선·중공업 회사들이 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가 사고해역에 대형 해상크레인을 급파한 상황이다. 3000톤급 해상크레인을 하루 빌리는 비용은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각 사마다 크기가 달라 이번 조선 3사의 해상크레인 지원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5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월호 인양까지 이뤄지는 데 두 달여의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최소 3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이다. 조선 3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해상크레인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조선 3사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2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선 3사는 사고발생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약보합에 그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행업계의 타격도 심각할 듯하다. 하나투어와 롯데관광개발, 모두투어, 여행 3사 주가는 사고 발생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이번 사고로 국내 여행이 위축되면서 이들 여행주들의 매출에도 지장을 주리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는 봄맞이 행사가 대부분 취소됐다. 특히 롯데관광개발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까지 겹치며 주가가 폭락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정 의원의 용산역세권 개발 공약 수혜주로 주목을 받았었다.
반면 금융권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금융권이 청해진해운에 빌려준 장단기차입금은 약 200억 원 수준이다. 반면 금융권이 담보로 잡은 규모는 약 300억 원이다. 산업은행이 세월호를 담보로 빌려준 120억 원을 회수 못해도 큰 손해를 볼 상황은 아니다.
세월호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화재는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 330명의 여행자보험을 100% 인수했으며, 이중 44%를 보유하고 56%는 출재(재보험 가입: 국내 보험사가 외국 보험사에 재보험을 들고 보험료를 내는 것)했다”면서 “최대 보상금액은 10억 원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메리츠화재는 침몰한 세월호의 선박보험 77억 원을 인수했지만, 이 중 60%는 코리안리에 출재했으며, 나머지 40%도 일부를 해외재보험사로 출재해 직접 보상하는 금액은 1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이밖에도 4~5월이 보통 성수기지만 올해만큼은 주요 기업들이 각종 마케팅 및 판촉행사를 자제하면서 내수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뚜렷한 매출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이미 이벤트 및 행사기획 업체들은 계약이 취소되면서 심각한 매출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도 이번 사고 영향을 투자자 시각으로 접근하는 데 따른 도덕적, 심리적 부담이 크다 보니 제대로 된 분석은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책임자는 “소비업종은 그 때가 아니면 올리기 어려운 매출이 많다”며 “결국 4~5월 매출손실은 연간 매출목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만해도 규제개혁이 화두가 되며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안전을 강조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규제완화에 따른 투자확대는 물 건너 간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
주간시황 분석 숙연한 증시판에 외국인만 활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 가운데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독무대가 돼버렸다. 하지만 외국인의 독주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비차익프로그램 순매수를 연속 10일 이상 진행했던 18번을 조사해보면 평균적으로 14.7일간 연속 순매수했고, 평균적으로 연속 순매수 시 2조 5105억 원을 순매수했다”며 “단 2번의 사례를 제외하고 모두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15거래일 동안 비차익프로그램 순매수가 이뤄졌고, 이 기간 순매수누적액은 2조 4283억 원이다. 평균치와 거의 일치한다. 4월 11일부터는 비차익프로그램 순매매 패턴이 2~3일 간격으로 엇갈리고 있다. 4월 11일 1035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37원대에서 안정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16일부터 나타난 비차익프로그램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선물시장에서의 모습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지난 8일을 정점으로 선물을 사는 쪽보다는 파는 쪽으로 기울었다. 앞으로의 지수전망을 그리 밝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외국인의 선물매도는 강한 모습”이라며 “탄력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이익실현에 나서면서 다음 단계를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변곡점에 다가가는 모습이다. 한 달 전인 3월 25일만 해도 유가증권시장 연초 이후 누적매매가 4조 3785억 원 순매도까지 깊어졌지만, 불과 한 달 새 이 수치를 4057억 원 순매도로 바꿔놓았다. 이 추세로 현물시장 순매수가 계속된다면 연중 한국에 누적매매가 순매수로 돌아서게 된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업이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원-달러 환율하락도 상당부분 진행됐다. 외국인의 태도변화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