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열린 최대 규모의 사물인터넷 국제 행사인 ‘RFID·IoT 월드 콩그레스 2013’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시계인 갤럭시기어로 최근 BMW 전기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이미 현실화한, 키를 갖고 다가가면 자동차의 잠금장치가 저절로 해제되는 스마트키는 사물인터넷의 걸음마 수준이다. 진정한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키가 없어도 차량 주인이 다가가기만 하면 시동이 걸리거나 트렁크가 열린다. 또 원하는 목적지까지 정체된 도로를 피해 알아서 운행한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앉아만 있으면 차가 알아서 주행한다.
뿐만 아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들어서면 내가 원하는 제품을 파악해 눈앞에 보여주며 관련 코너가 어디 있는지 안내해준다. 또 몸에 지니고 있는 시계나 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원하는 제품 외에 그에게 현재 필요한, 맞춤정보까지 소개해준다.
일부에서는 세상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해서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사물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사물통신(M2M, Machine to Machine)’이라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물론 이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각각 다르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이라는 범위로 묶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류의 전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경계가 없다. 성장 가능성과 속도에 한계가 없으며 제한도 없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IT 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는 전 세계 사물인터넷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 통신 가전 자동차 등 사물인터넷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산업에도 강점을 갖고 있어 주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사물인터넷 분야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물인터넷이 전 세계 IT업계 최대 관심사가 됐다는 것은 올해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4’와 정보통신전시회인 ‘MWC 2014’ 등 여러 모터쇼에서 최대 화두였다는 데서 증명된다.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은 향후 10년간 무려 19조 달러(약 1경 9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류가 지속되는 한 사물인터넷 산업의 한계는 없을 것으로 보여 10년 후에도 어마어마한 시장이 꾸준히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스마트홈 솔루션’을 선보인 삼성은 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물인터넷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은 지난 2월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이자 사물인터넷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시스코와 특허를 공유한다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또 지난 1월 구글과 같은 내용의 계약을 맺었고 구글과 시스코 역시 지난 2월 같은 계약을 맺었다. 다시 말해 ‘삼성-구글-시스코’의 3각동맹이 맺어짐으로써 사물인터넷 공룡이 탄생한 셈이다. 삼성은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먹을거리로 사물인터넷 산업을 점찍었다. 삼성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사물인터넷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미국 관람객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에 있는 인텔 전시관에서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물인터넷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키워드인 창조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4월 2일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사물인터넷을 민관협력 범국가적 추진 사업으로 삼고 2020년까지 관련 시장 규모를 30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4월 23일에는 ‘사물인터넷 포럼 창립총회’를 개최, 사물인터넷 산업 육성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삼성, LG, SK 등 일부 대기업에서 선보이는 스마트 가전·홈·통신 시스템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나 가시화된 것이 없다. 관련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해당 기술을 확보했는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장비·시스템 등이 사물인터넷에 적용 가능한지조차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 역시 아직은 스마트홈 솔루션 초기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소개된 것 정도밖에 더 보여줄 것이 아직은 없다. 제반 기술과 시스템 등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시장이 형성돼야 규모와 성장 전망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며 “확신이 섰다면 대기업들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이미 사들이기 바쁠 텐데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대기업들도 아직까지는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
사물인터넷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보안에 철저하지 않으면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가령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헬스케어나 원격검침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보안이 취약하다면 누군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해킹을 시도, 전혀 다른 처방을 내려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자동 운행하는 차량이 원하는 목적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주행할 수도 있고, 신호체계가 뒤죽박죽 엉켜 곳곳에서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보안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재벌 3세들 사물인터넷 ‘올인’ 삼성 이재용·효성 조현준 ‘미래’ 준비 착착착 사물인터넷이 미래 유망사업인 만큼 ‘미래’를 준비하는 재벌3세들과도 인연이 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현준 (주)효성 사장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조부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는 1948년부터 1962년까지 15년간 삼성물산공사에서 동업한 인연이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사물인터넷 외에도 삼성SDS는 최근 삼성전자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확장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삼성SDS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향후 그룹 지배력,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높이는 근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도 삼성SDS 지분을 각각 3.9%씩 보유하고 있다. 효성ITX는 컨텍센터, 이른바 콜센터 업무와 클라우드 서비스, 콘텐츠전송, 시스템통합 업무 등이 주업인 회사다. 효성그룹 내에서는 삼성SDS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조현준 사장은 이 회사 지분 37.63%를 가진 최대주주다. 조 사장은 그룹 주력사인 (주)효성 지분 9.85%를 갖고 있지만 아직 후계를 위한 절대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동생인 조현상 (주)효성 부사장도 지분을 9.06%나 갖고 있다. 부친인 조석래 그룹회장의 (주)효성 보유지분 10.32%를 상속·증여 받더라도 세금부담을 감안하면 자금이 필요하다. 비상장사인 삼성SDS 주식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15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가격으로 이 부회장 지분가치를 계산하면 1조 3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상장이 되면 이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효성ITX 주가는 연초 주당 채 6000원이 안됐으나 최근 사물인터넷 테마주로 묶이며 2만 원을 돌파, 조 사장의 지분가치도 시가로 78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최] |
눈여겨 볼 종목 꺼진 ‘통신주’ 다시 보자 올 들어 1900~2000에 갇힌 코스피 시장과 증권사 구조조정으로 여의도 증권가가 흉흉하지만, 유일하게 뜨는 테마가 하나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 사물인터넷 관련 최대 수혜주는 삼성전자, 그리고 미국의 구글과 애플이다. 하지만 이들 빅3는 현재 사물인터넷 외에 다른 모바일기기나, 온라인 광고 등이 주 수익원이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사물인터넷 시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다. 구윤성 기자 삼성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사물인터넷의 운영체제(OS)를 둘러싼 빅3의 대결은 미래를 지배할 새로운 권력에 대한 투쟁으로 봐야 한다”며 “사물인터넷의 표준을 점유하는 업체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업가치 평가법을 적용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대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도 사물인터넷 수혜주다. 사물인터넷 보급으로 통신수요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매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만 해도 통신서비스주는 대표적인 레드오션(red ocean) 종목이었다. 내수주, 그리고 저출산에 따른 성장의 한계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 정착으로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드러났고, 여기에 사물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까지 열린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나 통신3사 같은 대형주는 안정적이지만 아무래도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고 싶은 투자자라면 사물인터넷 관련 중소형주로 눈을 돌릴 만하다. 올 들어 주목 받는 사물인터넷 관련주는 효성ITX, 한국전자인증, 기가레인 등 10개 남짓이다. 하지만 일부 종목은 단기 테마주에 그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비슷한 예로 이처럼 신기술 테마주는 정책 이슈가 사라지면 주가가 쉽게 주저앉을 수 있어, 정보 비대칭성에 노출된 개인투자자들이 기대감만으로 섣불리 투자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물인터넷은 시장 초기 단계로 개념조차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와중에 테마주가 난립하는, 혼탁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테마주로 편입된 종목들 중에서 사물인터넷 관련 사업을 제대로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우려가 많다. 또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직 높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되거나 실적이 제대로 나오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투자 시 고려대상이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은 단순히 테마로 접근하기보다는 미래성장산업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심을 둬야 한다. 사실상 현재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업체들로,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기업들은 한정돼있다”며 “사물인터넷 관련 사업범위가 광범위하고 세분화되는 사업 특성을 감안해, 실질적인 관련 기업매출과 수익 발생 등 실체 확인을 통해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 |
테마주 따져보니 클라우드서비스 효성ITX ‘후끈’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ITX는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업체다. 사물 간 통신 내용과 정보 등을 저장해 사용자에게 각 IT기기가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게끔 한다. 사물인터넷 테마주로는 보기 드물게 코스피 종목이며, 효성그룹 후계자인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다. 기가레인은 국내유일의 모바일용 고주파(RF) 연결장치(Connectivity) 공급업체다. 쉽게 말해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역시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이 모두 탄탄하다. 모다정보통신은 무선데이터통신단말기 제조업체고, 이루온은 LG유플러스에 사물인터넷 단말기와 서버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를 공급한다. 모다정보통신은 재무구조는 나쁘지 않지만, 최근 영업실적이 조금 부진하다. 알파칩스는 반도체는 IT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유비쿼스는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다. 알파칩스도 내실이 튼튼하며, 특히 유비쿼스는 재무적으로도 최근 내실과 성장을 모두 이루고 있는 유망주다. 에스넷은 삼성전자에 사물인터넷의 기본망을 공급해주는 업체다. 최근 수익성 개선이 뚜렷하다. 인성정보는 사물인터넷과 이를 백업하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시스코(Cisco)의 우수협력업체다. 이밖에 사물인터넷 관련 시스코 우수협력업체로는 링네트, 오픈베이스, 콤텍시스템 등이 있다. 아이엠은 자회사인 아이엠헬스케어를 통해 헬스케어 관련 사물인터넷 사업을 진행 중이다. 덩치가 꽤 큰 회사지만 수익성이 조금 부족하고, 부채비율이 조금 높은 편이다. 한솔넥스지는 사물통신 보안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덩치는 작지만 알차고, 특히 수익성이 높다. 이와 비슷하게 사물인터넷 보안과 관련된 업체로는 파수닷컴, SGA, 코맥스 등이 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