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사의 구속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전력과 또 그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 때문이다. 검찰은 이 인사를 작년 7월부터 무려 7개월간이나 내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총선을 앞두고 ‘공금횡령’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죄목으로 사실상 수사를 종결시켜 버렸다. 그 내막이 또다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의 유명 공원업체 S사와 D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아무개씨는 한때 화려한 전력을 자랑하는 밤무대의 실력자였다. 그는 국내 3대 조폭 가운데 하나인 ‘서방파’를 이끌던 김태촌씨의 고향 후배이자 친구로 지난 80년대 국내 암흑가를 주름잡았고, 90년대에는 해외에서 카지노 사업으로 국내뿐 아니라 마카오 홍콩 필리핀 등지의 수사 당국까지 긴장시켰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는 지금도 항상 ‘범서방파 부두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는 지난 80년대 김씨의 비호 아래 불법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어, 전락원씨와 정덕진씨 간의 이른바 카지노 전쟁을 촉발시키기도 했고, 이후 마카오로 건너가서 국내 원정 도박꾼을 상대로 본격적인 카지노 사업을 벌였다. 이후 불법고리대금업, 청부살인 혐의 등으로 검찰의 요주의 감시 대상이 됐고, 그는 홍콩 일본 등 해외로 잠행하면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지난 98년 귀국했다. 99년에는 과거 외화밀반출 혐의로 한 차례 구속된 바 있다.
광주에서 상당한 재력이 있는 집안의 자제로 알려진 그는 국내 유명 공원업체인 D사의 실질적 오너로 다시 재계에 부활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복역중인 김태촌씨와 관련, 그의 동정을 계속 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부터 서울지검 강력부가 이씨에 대한 내사에 들어간 것. 당시에는 ‘굿모닝시티 게이트’ 등 정치권에 대한 비자금 수사로 한창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씨가 특히 주목받았던 것은 평소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설이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특히 민주당의 동교동계 정치인들과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태촌씨와 친분이 있는 정치권 면면들과도 물론 겹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수사를 은밀히 진행해 왔고, 일부 내사 사실이 알려지자 비보도를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검 중수부의 대선 비자금 수사 열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얼마전 이씨를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수감하고 사실상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한 측근은 “2001년 부도가 나는 등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회사에서 웬 공금횡령이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검찰의 기획수사를 의심하고 있다. 이씨를 어떻게 하든 집어넣으려는 명목으로 말도 안되는 공금횡령을 갖다 붙였다는 주장이다.
검찰 주변에서도 이씨에게 난데없는 단순 공금횡령죄를 적용시킨 것에 대해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씨의 내사 과정에서 K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권 인사들이 ‘표적수사’라며 검찰측에 강력히 반발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K의원측은 “이씨든, 김씨든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지금까지 연관을 지으려 드느냐”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전혀 교류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영건설과의 연관성이 일부 나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해 또 다른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부영건설은 대검 중수부에서 강력한 수사를 진행중인 호남의 대표적 건설업체로 오너인 이중근 회장의 구속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동교동계 의원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정치 비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01년 주식회사인 D사를 분할하여 공원업체인 S사와 건축업체인 J건설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이 회사에는 모두 오너인 이씨와 친분이 두터운 전남 출신들의 선후배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검찰의 태도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이철희 검사는 “평검사가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부장검사실에서 확인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김홍일 부장실 역시 당초 “담당 검사에게 확인할 일이지…”라며 대답을 피하거나 ‘바쁜 업무’ 탓을 돌리며 거듭되는 확인 요청을 아예 묵살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이씨 구속 사건은 전혀 외부에 알려지거나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사의 간부를 맡고 있는 이씨의 친동생은 “회장이 공금을 횡령하기는커녕 최근 극심한 경영난으로 오히려 사재 약 1백억원 정도를 털어서 근근이 회사를 유지해 왔다”면서 “입장료 수익이 전부인 업체 성격상 공금횡령을 해서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 인사와의 친분설에 대해 “아시다시피 우리 집안에서 3선 국회의원과 군 간부를 배출해 정치권과 친분이 꽤 있는 것으로 소문나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영건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내가 알기로 이 회장은 부영건설의 이 회장과는 친분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간의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