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통제센터에 조종사 출신이 있다”는 아시아나항공의 해명이 회항 취소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건물.
지난 4월 19일 아시아나항공 OZ603편 비행기는 242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공항에서 사이판을 향해 출발한다. 하지만 이륙한 지 1시간쯤 후 ‘왼쪽 엔진 오일 필터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원칙대로라면 회항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기장은 인근 공항인 후쿠오카 공항으로 회항을 시도한다. 후쿠오카 공항 착륙을 10분 정도 앞둔 시점에서 기장은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메시지 내용은 “착륙 후에 사이판 정비사에게 정비를 하도록 지시했으니 회항을 하지 말고 사이판으로 그냥 가라”는 것이었다. 기장은 메시지를 받은 후 후쿠오카 공항 회항을 취소하고 사이판으로 무려 4시간가량의 비행을 감행한다.
갑작스런 회항 취소 결정에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선 ‘원칙’에 어긋난 비행이라는 지적이다. 국토부 운항규정에 따르면 “운항 도중 조종사가 보는 모니터에 엔진 이상 메시지가 떴을 경우 속도 조절 등의 조치를 취하고 그런데도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인근 공항에 착륙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밖에 사건 이후 아시아나항공 측이 국토부에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이 국토부에 “규정에 따라 조치한 뒤, 경고 메시지가 사라져 계속 운항했다”고 보고했지만, 추후 확인 결과 경고 메시지는 사이판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아시아나 종합통제센터’의 전문성 논란이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 회항 취소 의견을 최종적으로 기장에게 전달한 곳은 종합통제센터였기 때문이다. 일부 기장들 사이에서는 “종합통제센터를 믿을 수 없다”라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A 기장은 “종합통제센터는 항공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운영을 한다면 비행에 방해만 될 뿐이다. 종합통제센터가 아니라 종합방해센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종합통제센터의 전문성 논란 중 하나로 항공기를 직접적으로 운항해 본 경험이 있는 ‘조종사’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전언이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 꾸준히 돌았다. 아시아나항공 B 기장은 “통제센터에 조종사 출신이 없다. 회사 내부에서 조종사 출신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종합통제센터의 인원 구성이 정확히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대외비라 알려줄 순 없지만, 항공기 정비 담당, 운항승무원뿐만 아니라 조종사 출신도 통제센터에 있다”라고 밝혀 조종사 출신이 없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 같은 거짓 해명 의혹에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여러 항공 전문가가 종합통제센터에 있다는 의미에서 조종사 출신이 있다고 설명한 것일 뿐 확정적인 얘기는 아니었다”며 “종합통제센터에 다시 문의를 한 결과 조종사 출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종합통제센터의 인원은 49명보다 훨씬 많으며 운항관리사 역시 6명보다 많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명에도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정당국에서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에 조종사 출신이 없는 게 맞다. 항공 안전과 통제센터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미 여러 차례 이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도 조종사 출신을 배치하는 등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종합통제센터가 설치되어 있는 델타항공 등 외국의 주요 항공사의 경우 조종사 출신을 배치하는 게 필수라고 전해진다. 외국 항공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전문가는 “외국 항공사의 경우 종합통제센터에 당연히 조종사 출신을 배치해 전문성을 강화한다. 공중에 떠 있는 기장이 의사결정 하기가 어려울 경우 지상에 있는 기장이 의견을 제시해 충분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종합통제센터를 설치한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둘뿐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종합통제센터의 판단 시 운항본부에 있는 조종사와 연계해 의견을 듣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의 거짓 해명 의혹과 전문성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사이판행 회항 취소 결정을 내려 운항 규정을 위반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