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표이사에 복귀한 박삼구 회장이 제2의 저가항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 복귀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수도권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을 근거지로 한 제2의 저가항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부산을 중심으로 한 저가항공사 에어부산을 소유하고 있다.
새로운 저가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자본 100%를 투입하는 자회사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보유 근거리 국제노선부터 저가항공사로 넘기고, 차츰 국내선도 저가항공사를 통해 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2억여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중 영업손실을 낸 곳은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근거리 국제노선에서 저가항공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져 아시아나항공의 이익률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50억 원을 넘겼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손실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올해 목표로 한 워크아웃 졸업을 이뤄내려면 아시아나항공이 이익을 내야했기 때문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개선과 경영 합리화의 일환으로 나온 계획이 새로운 저가항공사의 설립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사 설립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으로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잇달아 안전관리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지난 4월 19일 승객 242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에서 사이판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603편 비행기는 운항 도중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고도 인근 공항으로 회항하지 않은 채 4시간 동안이나 목적지까지 무리하게 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조종사 자격정지 30일, 항공기 운항정지 7일 등의 제재조치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내 국토부로부터 특별점검을 받았고, 민관합동 항공안전위원회가 마련한 항공안전종합대책도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아시아나항공은 운항규정을 또 위반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로 안전관리에 대해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민감한데 운항규정 위반을 저질러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는 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저가항공사 설립 추진보다 먼저 안전 대책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사 규모에 비해 사업을 너무 크게 확장해, 항공기나 파일럿·직원들을 너무 무리하게 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저가항공사와 양분해 운영한다면 당분간은 항공기 가동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더욱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의 첫 저가 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지난해 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항공기 운영뿐 아니라 경영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설립하려하는 저가항공사는 100% 지분의 자회사라고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이 그럴 여건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노선에 에어버스 A380 등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쓰던 기종이나 장비를 저가항공사에 양도한다는 계획인 만큼 무리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가항공 설립과 맞물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저가항공사와 양분되면 직원들을 정리할 것이다”, “저가항공으로 직원들을 보낼 것이다” 등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도 “이미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선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돌았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지부(지부장 조용기) 관계자는 “사측에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아,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알 수 없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단거리 노선이 저가항공사로 넘어간다면 그곳에서 일할 직원도 넘어가지 않겠느냐. 결국 구조조정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 설립 당시에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많이 파견을 나갔다. 그러나 결국 2명만 남기고 모두 복귀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새로운 저가항공사를 만든다고 해서 박삼구 회장의 기대만큼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저가항공 시장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5곳의 저가항공사가 국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 6개 이상의 회사가 저가항공사 설립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 1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도 한국 법인을 통해 한국 저가항공 시장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5년에도 저가항공사 열풍이 불어 회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탑승객 유치 실패 등 적자를 면하지 못해 현재의 5개사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면 투자에 비해 수익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사를 운영하려면 노하우가 중요하다. 외국 저가항공사의 사례를 봐도 대형항공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이 살아남았다”며 “아시아나항공에서의 경영 노하우를 살린다면 새로운 저가항공사의 전망도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맞받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