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전주점 전경. 백화점 분양 특혜 시비와 아울러 도로건설 비용 등 시의 ‘봐주기 행정’ 의혹 등이 일어 롯데백화점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고 있다. | ||
지난 89년 서울 영등포점 특혜 분양 파문의 전력이 있는 롯데측으로서는 이번에 또 다시 특혜 분양설이 불거진데 이어 검찰 내사 사실까지 알려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측은 롯데백화점에 이어 전주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인 롯데쇼핑도 은밀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또다른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롯데쇼핑의 부지 예정지로 거론되는 토지의 용도변경 문제가 남아 있어 백화점 파문에 이은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소지가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롯데와 전주시의 밀착설이 불거지는가 하면, 지역 내에 롯데의 대규모 로비가 시작될 것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당초 4월 말 개점을 앞두고 있었던 전주의 롯데백화점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문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경부터였다. “도내 일부 기관의 간부들이 상가 분양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기 시작한 것.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지 지역 신문의 한 취재기자는 “이곳 언론의 취재기자들이 지난 3월부터 이미 이런 소문들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자 검찰에서도 자체적으로 정보 보고가 올라갔다.
전주지검이 ‘총선 때까지 본격적인 수사를 미룰 테니 보안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에도 검찰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지난 4월21일 연합뉴스가 먼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나서자 이곳 지역 신문들이 앞다투어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현재 수사는 답보 상태에서 소문에 따른 의혹만 계속 커져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전주를 방문한 취재진이 현지에서 전해들은 소문들은 대개 현지 언론사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었다.
이 지역 신문사의 한 기자는 “롯데백화점측이 공지한 도내 영업경력 등의 요건에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도내 일부 공직자들이 친인척 명의로 몇개의 코너를 일반 임대분양 받은 정황이 검찰에 이미 포착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이 공직자들에 관해서 “백화점 인허가권을 가진 관련 지자체 일부 공무원들과 도로교통행정에 관련된 몇몇 공무원들”이라고 덧붙였다.
보다 구체적인 얘기도 흘러나왔다. 지역 언론사의 고위 간부 출신인 K씨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방 언론사 간부와 경찰 관계자들도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래 지방에서는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 지역 토호세력들이 이권 개입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경향이 상당하다. 그나마 전주는 이번 롯데백화점이 사실상 처음 맞게 되는 ‘큰 호박’인 만큼 이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소문이 나도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번 롯데백화점 전주점의 경우 점포는 모두 5백30여 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일반점포는 32개. 이 점포의 분양을 놓고 구설수가 끊이질 않는 셈이다.
현지 신문사의 한 기자는 “신문사로 구체적인 제보가 상당수 들어온다”며 “일부 기관 간부들이 수천만원씩 낮은 가격으로 코너를 분양받았고 일부는 실제 거래가격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코너를 특혜 분양받았다더라”라고 전했다. “현재 6~7명 정도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은 곧 검찰에 소환조사받게 될 것”이란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전주지검측은 굉장히 신중한 모습이다. 박영관 차장검사는 “아직 내사 단계의 수준이며, 소환조사는 현재 이뤄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전 전주시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백화점 인허가권 및 교통행정에 관련된 서류 일체를 넘겨받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 관련 공무원의 소환조사로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서 너무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 우리도 모르는 소문들이 계속 확산되다 보니 지금 소문 쫓아가기에도 버거운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3주째 계속 정밀 내사를 벌이고 있으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
검찰 수사가 좀더 적극성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높아가고 있다.
현지 언론사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32개 점포를 분양받은 인사들만 추적해 들어가도 소문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지 여론에 마치 떠밀리듯 수사하는 듯한 태도에 일각에서는 관계자들에게도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현지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은 전주시와 롯데측의 관계. 이것은 현재 개점 일정에 차질을 주고 있는 도로 건설비 분담 문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당초 전주시와 롯데측은 건설비용을 반반씩 분담한다는 데에 사실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 전주지검 전경. 전주지검측은 롯데백화점 특혜시비에 지역 공무원은 물론 언론인, 경찰 관련 인물까지 거론되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
이를 두고 현지 언론에서도 “전주시가 당초 롯데측의 편의를 상당히 봐주는 듯한 행정을 펼치다가 뒤늦게 와서 여론이 안 좋자 어정쩡한 상태에서 롯데측에 슬쩍 미루고 있어 의혹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측 역시 “전국에 20여 개가 넘는 지점을 만들었지만 이번 전주처럼 갈팡질팡하고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 신문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백화점 개점 전까지만 해도 모든 행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심지어는 ‘롯데시’, ‘전주백화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의 백화점 매장 특혜 분양설은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혹의 해당부서로 지목받고 있는 전주시청 주택행정과와 교통행정과측은 “얼마전 검찰의 요청으로 관련 서류를 모두 넘겨준 바는 있어도 아직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 “행정상의 미비점으로 다소 삐걱거리는 점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과 관련해서 특혜분양쪽으로 연관짓는 것은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 우리는 특혜분양과 관련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그런 소문을 들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지에서는 롯데백화점에 이어 롯데쇼핑도 곧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또 따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백화점이 들어선 서신동에서 약 2km 떨어진 지점인 백제로변 빙상경기장 옆의 부지 공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이곳은 롯데 그룹 소유의 토지로 알려졌다.
당초 롯데건설측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대형 할인매장과 아울렛, 영화관, 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4층 규모의 복합쇼핑몰이 건립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롯데측에서도 이에 대해서 “검토중에 있는 사안”이라는 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지의 용도변경을 놓고서도 전주시와 롯데측의 밀착 의혹이 나돌고 있는 것. 당초 롯데가 아파트 단지를 계획했던 이곳은 그동안 고도제한 등에 묶이면서 롯데와 전주시 간의 갈등 관계를 계속 유지시켜 왔던 진원지였다.
고도제한과 평형제한 등의 규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 롯데측의 전방위 로비설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의 전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갈등 관계가 순식간에 불식된 채 대형 쇼핑몰이 조만간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실제 지역의 한 언론사 간부 L씨는 “롯데는 이 터의 해결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롯데그룹의 실세로 꼽히는 한 인사가 종친의 지인을 통해 지역 언론을 상대로 상당한 로비를 펼쳐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이곳은 롯데가 아파트 건축을 포기하는 대신 대형 쇼핑몰 계획에 착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주시의 쇼핑업계는 신세계의 이마트가 지난 98년 먼저 시장을 점했다. 대형 쇼핑몰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전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던 이마트측은 경쟁사인 롯데가 앞뒤로 백화점과 쇼핑몰로 포위하며 대대적 공세를 취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파트 주거지역의 토지에 어떻게 쇼핑몰과 같은 대형 상가 건축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L씨는 “쇼핑몰 건축과 관련해서는 주거지역의 용도변경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런 작업이 롯데와 전주시 간에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파문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측도 있다.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지역 토호세력의 방해 공작설이 그것.
특히 롯데측에서도 이번 의혹이 시의회 및 시청 주변과 지역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것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지역의 한 전직 언론 간부 출신 인사 L씨는 “롯데가 들어서면 지역내의 기존 유통업계 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 이런 이해관계 탓에 롯데의 전주 입성에 흠집을 내고자 달려드는 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 대표적인 인사로 지역내 유력인사인 A씨가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지역내 유통업에 종사하는 A씨의 경우 전주시청과 시의회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지역 토호세력이 50년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전주시에서 처음으로 롯데라는 대기업이 시장 잠식을 위해 뛰어들면서 내부 사정에 밝은 반대파에서 계속 관련 정보를 흘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롯데측 역시 이 같은 현지 의혹에 대해 매우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회사내에 사업자선정 전담팀이 있어 그 팀에서 엄격한 선정기준에 따라 분양을 결정하는 만큼 지역 인사들에 대한 특혜시비는 있을 수 없다”며 “우리를 골탕먹이고 흠집내고자 하는 방해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