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김 아무개 씨. 그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재취업을 모색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경력이 단절된 김 씨가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황. 고민 끝에 재택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김 씨는 신발 고무 밑창 자르기, 볼펜·전자부품 조립하기 등 다양한 일을 시작했다. 수당은 제품 종류에 따라 10~25원. 하루 500개, 20일 정도 부지런히 일을 하면 김 씨 손에 떨어지는 돈은 15만 원선. 김 씨의 경험담이다.
“처음에는 일이 익숙지 않고 손도 느려서 한 달에 10만 원도 못 벌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붙고, 아무래도 단순 작업이니 지금은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반면 경기가 좋지 않아 일감은 줄어들어서 수입이 예전만 못해요.”
경기도 고양시의 주부 강 아무개 씨는 재봉 일을 하고 있다. 평소 취미가 바느질인 데다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그는 양말, 슬리퍼 등 단가가 30~35원 하는 간단한 소일거리로 재봉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인을 통해 일감을 받아오다가 꼼꼼한 솜씨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전문 업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운동복, 어린이 발표회 의상 등 단가가 제법 높은 일도 병행, 한 달 평균 70만~80만 원을 벌어들인다. 강 씨는 일의 장단점을 이렇게 얘기했다.
“어차피 취미 삼아 재봉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 일을 통해 아이들 교육비며 집안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서 만족스러워요. 반면 집안에 제품 상자가 가득 쌓여 공간이 좁아지고, 먼지날림이 심한 것, 마감 일정이 급할 경우 며칠 밤을 새야 하는 등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이렇게 부업을 통해 작은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쓰라린 경험을 한 이도 적지 않다.
경기도 군포시에 거주하는 A 씨는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거리를 찾다가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 팩 부업 모집 공고를 발견, 신청하게 됐다. 작업은 간단했다. 마스크 앞쪽과 뒤쪽에 비닐을 붙여 접어 넣는 방식으로 단가는 개당 7원. A 씨는 마스크 2500개를 받아와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허리가 아파왔고, 혼자서는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남편에게 SOS를 보냈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해서 겨우 시간을 맞췄지만 A 씨와 남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같은 일을 더 이상 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A 씨는 담당자에게 일을 맡을 수 없다며 먼저 작업한 수당만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처음엔 작업한 제품 상태를 확인한 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야 수당 지급이 가능하다더니 나중엔 제품 검수 결과 불량이 너무 많았고, 갑자기 그만둬서 회사 쪽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며 수당 지급을 거부했다. A 씨는 “집에서 편하게 일하면서 돈을 벌려다 돈을 벌기는커녕 약값만 들고,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었다”며 “앞으로 부업 생각은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이 나빠져 일을 그만두고 재택 알바를 시작한 B 씨. 그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대학 리포트와 논문 컨설팅을 대행하는 업체에 지원을 했다. 업체에서는 먼저 자격을 판단해야 한다며 샘플로 소논문 제출을 요구했고 B 씨는 1주일 동안 공을 들여 샘플을 제출했다. 업체에서는 샘플이므로 보수는 지급되지 않으며 심사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B 씨가 업체에 항의하자 업체에서는 일단 합격처리 됐지만 일거리가 생겨야 연락을 줄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힘들게 작성한 자신의 샘플 논문을 업체에서 사용료도 내지 않고 유료로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이 쓰려왔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부업거리를 찾던 직장인 C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터넷 블로그 포스팅 및 댓글달기 아르바이트. 하루 할당량만 완료하면 한 달 평균 120만~2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C 씨가 관심이 있다고 연락을 하자, 업체에서는 회원비나 가입비가 없는 대신 업체를 통해 별도의 업무용 휴대폰 개통을 요구했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공짜로 지급되는 것은 물론, 지원금도 지급된다는 설명이었다.
휴대폰 개통 후 일을 시작한 C 씨. 그러나 지급된 수당이 생각보다 저조했고, 속았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해지하려 대리점을 찾았더니 이동통신사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았다며 30만 원이 넘는 위약금을 요구했다. 공짜로 휴대폰 단말기를 지급한다는 말도 거짓이었던 셈이다. C 씨는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함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 이러한 피해가 잇따르자 공정위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재택 아르바이트 회원모집을 위해 거짓 과장 광고한 업체들에 과징금 900만 원을 부과한 것. 이들은 ‘하루 2시간 정도만 일해도 월 100만 원 수익’, ‘한 달에 1000만 원 버는 회원도 많다’는 등의 표현으로 많은 금액의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공정위에서는 이들의 영업 방법이 다단계와 유사하다고 판단, 관련 검토도 착수했다.
김호태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재택 아르바이트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을 홍보할 경우 수당 지급 조건, 현재 회원 수 등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