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에서 진행중인 ‘민지’의 생방송 모습. | ||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I스튜디오. 이곳 방송실에서는 매일 새벽 ‘짜릿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른바 모바일 성인방송이 이곳에서 녹화, 송출되고 있기 때문.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총 3시간 동안 ‘질펀한’ 내용들이 기지국을 거쳐 휴대폰으로 전송되고 있다.
방송은 밤 11시부터 시작돼 새벽 2시까지 이어진다. 국내 K이동통신사를 통해 제공되는 이 성인방송에는 매일 밤 1백여 명 이상이 접속해 IJ(인터넷 자키)들과 대화도 나누고 그녀들의 몸매를 감상한다. 접속연령대는 대부분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그 이상의 세대는 일단 모바일 방송에 접속하는 방법 자체를 잘 알지 못해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고.
기자가 스튜디오를 찾은 건 지난 5월 말. 이 날은 ‘민지’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한 IJ가 방송을 하는 날이었다. 민지의 본업은 에로영화 배우. 하지만 최근 업계의 불황 때문에 에로 영화배우들의 출연료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그녀는 에로 배우와 모바일 성인방송 IJ를 겸하는 ‘투잡스족’(two job)으로 변신했다.
그녀가 한 달에 출연하는 횟수는 총 8회가량. I스튜디오에선 세 명의 IJ들이 번갈아 가면서 출연을 하고 있는데 한 달 평균 수입은 1백50만원 선이다. 1회 출연료는 대략 20만원 수준이라고.
방송은 1시간 단위로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방송을 총괄 진행하는 김아무개 PD는 “처음부터 노출 수위를 너무 높이면 나중에 할 게 없어진다”며 “처음에는 정겨운 대화로 많이 풀어가고 마지막에 클라이맥스(?)로 절정에 이르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모바일의 특성상 빠른 진행과 감각적인 앵글, 젊은 세대에 맞는 새로운 감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휴대폰 이미지에 민지의 방송 장면을 합성한 것. | ||
2부에서는 서서히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옷을 벗게 된다. 시청자들의 요구도 그럭저럭 들어주면서 가슴과 하반신을 공개하고 때로는 신체의 특정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비춰주는 ‘페티시적 앵글’을 잡기도 한다고. 특히 야한 속옷만을 걸친 채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서서히 흥분의 강도를 높여가다가 마지막 3부에서 비로소 ‘자위신’을 연출하게 된다. 남녀 배우가 출연해 베드신을 하지 않고 자위신만을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물론 출연료 문제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기술적인 면이 더 크다고 한다. 휴대폰의 조그만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남녀가 함께 출연하게 되면 이만으로도 화면이 꽉 차고 더 이상의 클로즈업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여성 IJ 혼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클라이맥스란 다름 아닌 자위신뿐이라는 것.
그 때문인지 촬영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소품도 IJ의 속옷과 자위기구. 물론 자위기구는 자위신 장면에서 직접 비춰지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신을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이곤 하기 때문에 흥분을 유발할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을 준비한다고 한다. 모형 옥수수, 화이트 보드용 싸인펜, 심지어 다양한 과일들까지 등장해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그렇다면 모바일 시청자들이 이렇게 1~3부를 보는 데 드는 돈은 얼마일까. 컴퓨터 용어로 1패킷당 1원. 3시간을 꽉 채워서 보려면 약 2만 패킷이 드니 2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쌍방향 진행이라 매시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IJ들은 방송이 진행될수록 파김치가 되게 마련. 이날의 주역인 IJ 민지는 “온몸으로 하는 방송이라 힘들다”며 “옷을 벗고 있기 때문에 약간 춥고, 신경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많다”고 말했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