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의 사진관에서 압수한 증거물들. 음란물 촬영에 사용된 가면과 CD 등이 보인다. 왼쪽은 사진관 내에 마련된 침대. 사진출처=경찰청 공식 블로그
그러나 이 사진관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었다. 박 씨의 사진관은 고수입을 미끼로 여성들을 꾀어 밤에는 누드 사진과 포르노 동영상 등을 촬영하는 음란물 제작소였던 것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던 박 씨는 생각보다 수입이 높지 않아 생활고를 겪었다. 그러던 박 씨에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줄 사업아이템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음란물 촬영이었다. 2011년 10월부터 박 씨는 ‘스튜디오 촬영 모델 모집, 노출 수위에 따라 시급을 차등 지급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여성 모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촬영 모델 구인광고의 반응은 박 씨의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노출수위에 따라 시급이 3만~5만 원으로 차등 지급되기는 했지만 시급이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높았기에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보였다. 박 씨에게 연락을 해온 여성들 중에는 가정주부나 여대생, 심지어 가출청소년도 포함돼 있었다. 박 씨가 2011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모집한 여성만 해도 70여 명에 달했다.
박 씨는 음란물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여성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처음에는 세미누드 사진 촬영부터 시작했다. 가정이 있는 주부나 얼굴 노출을 꺼리는 여성에게는 가면을 쓰도록 한 뒤 촬영을 이어갔다. 고수입과 모델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된 여성들은 박 씨 앞에서 기꺼이 옷을 벗었다.
누드 촬영으로 ‘돈의 맛’을 본 여성들은 박 씨를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그 뒤로는 여성들의 촬영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결국 일부 여성들과 박 씨는 포르노 동영상까지 촬영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박 씨는 여성들이 출연하는 음란 동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박 씨는 이렇게 촬영한 음란 사진과 포르노 동영상을 유통시켜 2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박 씨가 직접 제작한 음란물을 유통한 경로는 다름 아닌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불법 유료 음란물 사이트였다.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박 씨가 직접 운영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는 일반 사진 동호회 사이트처럼 보이도록 자연경관 등을 찍은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평범한 사이트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며 “음란물은 유료 가입을 한 회원들만 볼 수 있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의 단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법유해정보(음란물) 집중단속을 하던 경찰의 수사망에 박 씨가 운영하는 사이트 주소가 박힌 음란물 동영상이 포착된 것이다. 박 씨가 제작한 음란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 계좌 추적과 통신 수사를 통해 박 씨의 범행사실을 확인했다.
박 씨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은 부산 중구에 위치한 박 씨의 스튜디오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박 씨의 스튜디오에서 음란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와 PC본체, DVD 50매, 여성들의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된 가면과 여성 속옷 등을 압수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스튜디오에는 샤워실과 음란동영상 촬영에 사용된 침대가 마련돼 있었다.
지난 3년간 박 씨가 제작한 음란 사진과 성행위 동영상 등은 총 23만 여건에 이르렀다. 박 씨가 운영하던 불법 음란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지만 폐쇄 직전 해당 사이트에는 14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씨는 탈의실 등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도 촬영해 부수입을 챙겼다. 일부 동영상에는 여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박 씨가 촬영한 여성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