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그 배경을 놓고 이른바 ‘계란 괴담’이 떠돌고 있다. 괴담의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연쇄 살인범 유영철이다.
이날은 유영철이 탈주 하루 만에 다시 붙잡힌 날이었다. 유씨는 하루 전인 15일 첫 번째 검거 직후 다리를 절고 정신이상자 행세를 하는 등 고도의 두뇌플레이로 형사들을 방심시키고 도망을 쳤었다. 영등포역에서 다시 검거된 유씨는 기동수사대로 넘겨져 당시 철야 조사를 받고 있었다.
‘괴담’은 재검거 과정에서 유씨가 눈 주변에 멍이 드는 상처를 입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경찰은 유씨를 검거한 뒤 며칠 동안 모자와 마스크 등을 사용해 그의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철저히 막아 이런 의혹을 산 바 있다.
애초 형사들은 유영철을 최근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심경의 변화를 느낀 유씨는 뜻밖에도 엽기적인 살인극을 하나둘씩 자백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유씨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음은 물론.
괴담에 따르면 눈두덩에 멍울이 졌던 유씨는 이날 밤 날계란을 특별히 제공받아 눈 주변을 문지르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잘 모르던 한 형사가 지나가며 ‘이건 뭐야’라며 유씨의 뒷머리를 쥐어박았고 이 충격으로 계란 껍질이 깨지고 말았다는 것.
이때부터 유영철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한다. ‘지금부터 나 아무도 안 죽였어’라며 성질을 부리며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영철의 자백에 의존해 수사를 벌이던 형사들로서는 유씨를 달래는 게 급선무. 이 와중에 유씨의 머리를 쳤던 형사에게 엉뚱한 불똥이 튀고 말았다고 한다. 고참들로부터 빨리 나가서 날계란을 구해오라는 ‘특명’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구내 매점에서 파는 것은 삶은 계란뿐. 늦은 밤이라 날것을 파는 가게는 드물었다. 때마침 비까지 세차게 내리는 바람에 ‘원죄’를 졌던 형사는 날계란을 구하느라 생고생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것이 비에 젖은 채 날계란을 손에 쥐고 기동수사대 건물에 들어섰다는 한 형사에 얽힌 괴담의 내용이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백을 무기로 ‘왕’처럼 굴었다는 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 과연 ‘계란 사건’은 진실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괴담’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