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을 토막 살해한 30대 여성이 시신을 차량에 싣는 모습이 모텔 주차장 내 CCTV에 고스란히 잡혔다.
일용직 노동자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조 아무개 씨(50)는 채팅을 통해 고 아무개 씨(여·36)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은 만남까지 약속했다. 며칠 뒤인 지난달 26일 경기 파주시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성 고 씨의 외제차량으로 한 무인 모텔로 향했다.
오후 5시 20분경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나란히 모텔로 들어갔는데 어쩐 일인지 이후로 조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 폐쇄회로(CC)TV에도 조 씨가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만 찍혔을 뿐 나오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 씨만이 당일 몇 차례 모텔을 들락거리다가 이튿날인 28일 오전 7시 55분경 커다란 가방을 끙끙거리며 들고 나올 뿐이었다.
조 씨와 연락이 끊긴 부인과 자녀들은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31일 인천 남동경찰서에는 “시신이 담겨 있는 것 같은 가방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그 시신이 조 씨였던 것. 경찰은 시신의 양 다리가 절단됐고 온 몸에 흉기로 찔린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한관계에 따른 범죄로 추정하고 즉각 수사에 나섰다.
범인을 붙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 용의자가 붙잡혔다. 그런데 조 씨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용의자의 모습은 반전 그 자체였다. 잔혹한 범행 수법을 미루어 범인이 남성일 것이라 추정했으나 모텔에 함께 투숙했던 상대녀 고 씨였던 것. 경찰은 시신 일부가 발견된 일대의 CCTV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고 씨의 차량을 확인했고 그 안에서 조 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도 발견했다.
인천 남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고 씨는 미혼 여성으로 과거 옷가게 직원 경력 외엔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에 우리도 처음엔 공범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사를 했는데 단독범행으로 결론 났다”며 “고 씨는 억지 성관계를 피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 채팅에서 만나 모텔까지 갔으면 성관계에 대한 동의가 있었을 텐데 고 씨는 처음부터 돈을 뺏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처럼 고 씨는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려 하던 조 씨에 저항하기 위해 평소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칼로 우발적으로 찔렀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고 씨의 행동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고 씨가 사용한 흉기는 무려 30㎝에 달해 호신용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고 씨는 방어를 위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했지만 조 씨의 목과 가슴 등 30여 차례 찔러 살해의도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살해 직후 고 씨가 보인 행동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고 씨는 살해 직후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 세제, 비닐, 삽,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한 뒤 모텔로 다시 돌아왔다. 이는 경찰에 신고는커녕 시신을 처리하고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 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모텔로 돌아온 고 씨는 시신을 욕조로 옮겨 ‘작업’을 시작했다. 여행용 가방 크기에 맞춰 시신의 양 다리를 전기톱으로 절단하고 혈흔 등은 세제를 이용해 흔적을 없앴다. 이후 고 씨는 몸통과 양 다리를 나눠 담은 뒤 지난달 28일 오전 7시 55분경 모텔을 빠져나왔다. 자신의 차량에 시신을 옮긴 고 씨는 곧장 20분가량 떨어진 자택으로 돌아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부패가 시작되면서 차량 안팎으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에 고 씨는 같은 달 30일 오후 9시경 경기 파주시 조리읍 농수로에 양 다리를 유기하고 그대로 인천까지 운전해 오후 11시 10분쯤 몸통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남동공단 인근 도로변에 버리고 달아났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 씨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아직까진 정신병 등으로 병원을 찾은 기록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두 사람의 인터넷 채팅 내용과 문제 메시지 복원 등을 통해 사전에 성매매에 대한 얘기가 오갔는지를 조사하는 등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범인 심리 분석 보통 시체 훼손과 유기는 초범보다 전과자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며 우발적인 살인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신을 훼손하는 이유는 이동이 편리하고 피해자의 신원을 숨기기 쉽기 때문이라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에 대한 증오심이나 자기과시 또는 피해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만족감 등의 공통된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김 교수는 “과거 아버지나 형제, 연인 등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있을 것 같다. 폭행, 배신, 성폭력 등의 행위가 이 여성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남성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을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지려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자 당시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순간적으로 증오가 폭발했을 수도 있다. 이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수십 번 칼을 휘두른 게 아닐까 생각한다. 피해자가 남성이긴 하나 무방비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 쉽게 제압당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신 훼손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행위이나 간혹 초범들도 그런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범행 후 너무 두려운 마음에 흔적을 없애고자 시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어쩌면 범행 당시 피의자가 술, 마약, 질환 등으로 올바른 정신상태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