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새 멤버를 뽑는 방송 <카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7명의 후보들. 오른쪽은 현재 3인조로 활동하는 카라의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 사진제공=MBC
한 가요계 관계자는 “탈퇴한 니콜과 강지영의 팬들은 그들의 빈자리를 다른 멤버가 채우는 것을 반길 리 없다. 때문에 카라를 지지하던 팬들 중 돌아선 이들이 생긴 것”이라며 “또한 카라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팬들 역시 새로운 멤버가 포함된 카라를 받아들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7년차가 된 중견 아이돌 그룹 유키스는 신곡 ‘끼부리지마’로 복귀하며 새 멤버 준을 충원했다. 지난해 그룹에서 탈퇴한 막내 동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2일 열린 유키스의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팬들과 언론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키스의 리더 수현은 “준이 처음 영입된다고 했을 때 미리 알고 있었다. 회사 대표님과 계속 상의했고 오디션 영상도 봤다”며 “실력도 출중하고 인성도 바른 친구라 좋았다. 오디션 영상을 보고 ‘10년 묵은 산삼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은 아직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동호가 보유하고 있는 팬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준의 합류 이후 유키스 활동의 성패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유키스의 상황은 카라와는 다르다. 카라가 정점의 인기를 누리는 시점에 멤버의 이탈이 생긴 반면 유키스는 ‘만만하니’로 전성기를 내린 이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멤버 교체가 그룹 분위기 쇄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 역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일부 멤버를 교체한 아이돌 그룹의 전례를 살펴보면 긍정보다는 부정에 방점이 찍힌다. 원더걸스는 특히 멤버 교체 이슈가 많았던 걸그룹이다. 2007년 데뷔한 원더걸스는 ‘텔미’와 ‘노바디’가 연이어 큰 성공을 거두며 명실공이 최고의 걸그룹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포미닛의 멤버로 있는 현아가 탈퇴한 후 래퍼 유빈이 영입되고, 2010년에는 선미마저 학업을 이유로 원더걸스를 떠났다. 이 자리는 새 멤버 혜림이 메웠지만 전력 누수는 뚜렷했다. 여기에 선예가 결혼 후 선교 활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고 평소 연기에 관심이 많던 막내 소희는 BH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해체는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더걸스가 재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왕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걸그룹 티아라 역시 들고나는 멤버가 많았다. 2009년 4월 데뷔한 티아라는 당초 은정 효민 지연 지원 지애로 구성됐다. 같은 해 7월 싱글 ‘거짓말’을 발표하면서 지원과 지애가 탈퇴하고 큐리 보람 소연이 합류한 6인 체제를 공고히 했다. 티아라는 계속 덩치를 키웠다. 2010년 화영을 영입한 데 이어 아름까지 합류하면서 티아라는 8인조로 변신했다.
티아라. 사진제공=KBS
잘나가던 티아라는 2012년 화영의 왕따설이 불거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소속사는 화영의 탈퇴를 결정했고 이는 팀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듬해에는 아름까지 탈퇴하며 티아라는 다시 6인조로 돌아갔다. 하지만 티아라는 여전히 전성기 시절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티아라는 계속된 멤버 영입뿐만 아니라 각 멤버들이 돌아가며 리더를 맡는 등 다른 걸그룹과는 차별화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멤버가 보강된다는 소식과 리더가 교체됐다는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티아라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도 상승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멤버의 영입과 탈퇴는 그룹의 정체성을 흔드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 사이에 인기의 갭이 생기면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군무를 중시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수에 변화가 생기면 안무를 총체적으로 수정하고 보컬 파트도 새로 나눠야 한다. 이런 점이 각 멤버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결국 팬들에게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한 걸그룹을 보유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멤버들과 이미 인기 그룹이 된 후 뒤늦게 합류한 멤버들 사이에 이질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런 신규 멤버는 골수팬들에게도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멤버의 교체는 이만큼 민감한 일”이라고 충고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결원이 생긴 아이돌 그룹이 멤버를 충원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멤버 수의 증가가 팬덤의 확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5명으로 구성된 그룹의 인기가 100이라 할 때 1명당 인기를 20이라 할 수 없다. 5명이 뭉칠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기 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솔로로 전향한 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가수가 허다한 이유다. 때문에 각 연예기획사는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멤버들을 한 그룹으로 묶여 다양한 팬 층을 확보하려 한다.
또한 멤버가 많아지면 다양한 유닛 구성이 가능해진다. 소녀시대가 태티서 외에 태연이 개별 활동을 하듯 멤버가 많으면 시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많아진다. 이 대표는 “멤버가 많은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듯 아이돌 그룹 역시 다양한 멤버 구성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뮤지컬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