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6일 공판 이후 구치소에서 두문불출했던 ‘연쇄 살인 피고인’ 유영철이 검찰을 향해 또 다시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7월 구속 직후 줄곧 “검찰의 수사가 경찰 수사 내용과 별반 다를 것 없다”며 검찰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온 유씨가 최근 수사 주임 검사에게 자필 편지까지 보내 이 같은 자신의 입장을 재차 전달한 것.
유씨는 “검찰이 ‘이문동 사건이 조작됐다’는 진술은 물론, ‘공소 기록 외에 추가로 10명을 더 살해했다’는 나의 주장을 전혀 믿지 않고 있으며, 그저 나의 진술과 정황이 일치하는 피해자 21명에 대한 공소 사실만을 입증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사건 주임 검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편지를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일단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말장난’ 수준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지난 7월 유씨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 의지를 천명하면서 구체적인 보강 물증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검찰로선 피고인의 편지가 일정 부분 곤혹스러울 수도 있는 입장이다.
유씨의 편지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 주임 검사인 이건석 검사. 이 검사는 그동안 살인, 사체 손괴, 공문서 위조, 공무원 자격 사칭, 사체 유기, 도주, 일반 자동차 방화 등 유씨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검사는 특히 네 건의 노인 연쇄 살인 사건과 황학동 범행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공소를 제기했었다.
유씨가 이 검사를 지목해 편지를 보낸 것은, 이 검사가 수사 주임 검사이면서 최근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문동 사건을 수사한 점 때문으로 전해졌다.
편지 첫 머리에서부터 “추가 피해자를 전혀 밝혀내지 못하면서, 그저 나의 진술에만 의존해 공소장을 작성하는 검찰의 의식을 바꿔보려는 취지에서 편지를 쓰게 됐다”고 검찰을 자극한 유씨는 이문동 사건에 대해 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주변 관계자들은 유씨가 지난 공판에서와 마찬가지로 편지에서도 “이문동 사건은 경찰의 회유를 받고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씨는 지난 10월 두 차례 재판에서 ▲자신이 범행에 사용하던 ‘잭나이프’의 길이와 이문동 피해자의 상처에서 추정되는 칼의 길이가 맞지 않는다는 점(유씨가 범행에 주로 사용한 칼은 톱니가 있는 잭나이프로 밝혀졌으며, 반면 국립과학연구소는 이문동 피해자 전아무개씨의 상처는 길이 2.5~3.5cm가량, 깊이는 15cm이며 피해자의 손상에 비추어 흉기는 칼날 폭 0.2cm 정도의 외날 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유씨는 자신의 칼에 톱니가 있어 15cm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거 직후 지난 7월21일 이문동 사건 현장의 약도를 처음 진술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 점(유씨는 범행 현장의 골목길이나 자신이 이문동 현장을 지나다가 봤다는 ‘찻집’의 위치도 첫 진술 당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피해자의 왼쪽 손바닥(2.3cm)과 손등(2.2cm) 에 있는 관통상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한 점 ▲현장에서 채취된 혈흔이 피해 여성의 피와 유씨가 아닌 제3자의 피로 밝혀진 점 등을 들어 이문동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으며, 이번 편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일부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씨는 편지에서 자신이 추가로 살해했다는 10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검찰이 수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
유씨는 검거 초부터 2004년 2월 여고생 세 명, 3월에 ‘금발찌’를 찬 여성 한 명, 4월 말 임산부, 6월에는 집 없는 여성과 아현동에 거주하고 자전거를 탔던 여성, 구리에 사는 여성 등 세 명, 7월에는 여가수를 닮은 여성과 부드러운 스커트를 입은 머리 긴 여성 등 총 10명을 공소 사실로 밝혀진 21명 외에 추가로 살해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유씨는 편지에 이 같은 추가 피해자에 대한 기억을 재차 상기시키면서 “검찰은 아가타 시계 등 추가 피해자와 관련한 증거가 발견됐음에도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내가 여성들을 살해하는 데 양념분쇄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아예 무시하고 그 분쇄기의 행방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일단 유씨의 편지를 개봉하고 내용을 읽은 후 곧바로 편지를 서울구치소로 되돌려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 내용이 별 의미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과연 유씨가 이 검사에게 편지를 보낸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공소 사실에 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기억해내면서도, 추가 피해자에 대해서만큼은 “기억이 많지 않다”면서 “왜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되레 목소리를 높이는 유씨. 그는 진심으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공권력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을 여러 방법으로 드러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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