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부 기자들은 내년에 가장 주목받을 인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꼽았다. 사진은 지난 2000년 6·15정상회담 장면에 노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것. | ||
중앙일간지 등 각 언론 매체 사회부 기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모두 11명이 배용준을 ‘베스트 인물’로 꼽은 것은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기자들은 “한류 열풍이 한일 양국 관계에 미친 영향은 외교사적 의미로 볼 때도 충분한 사회적 가치가 있다. 그 중심에 배용준이 서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용준에 이어 올해의 인물 2위를 차지한 이는 탄핵 위기를 돌파한 노무현 대통령. 모두 8명이 노 대통령을 선택했다. 고교 3년생으로 학교의 강제적 예배 수업에 대해 ‘종교 자유권’을 주장하며 46일간의 단식을 단행했던 강의석군(5명)이 3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강금실 전 법무장관(4명), 황우석 서울대 교수(3명), 안대희 부산고검장(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의 ‘워스트 인물’ 1위는 단연 연쇄살인사건으로 최근 사형이 선고된 유영철씨(16명)였다. 그외에 눈에 띄는 이는 2위에 오른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모두 5명의 기자가 그를 꼽았다. 색깔공세 파문과 함께 “전혀 변하지 않는 공안적 이미지”가 주된 이유였다. 부시 미 대통령(4명)이 3위에 오른 점도 이채롭다. 무리한 전쟁 강행, 미국의 패권주의와 신보수주의 회귀 등이 그 이유였다. 무리한 불도저식 행정과 서울시민을 무시하는 듯한 행정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이명박 서울시장(3명)이 4위에 올랐다.
이밖에도 베스트 인물 2위로 뽑힌 노 대통령을 워스트 인물로 꼽은 기자도 2명 있었다. 노 대통령의 친형으로 대통령 친인척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건평씨, 재산 은닉 사실이 최근 탄로가 난 전두환 전 대통령, 그리고 부친의 친일 전력이 알려지면서 당의장에서 불명예 하차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도 각각 2표씩을 얻었다.
‘2005년에 가장 주목받을 인물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나란히 5표씩을 얻어 공동1위를 차지했다.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집권 후반기의 역할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제시한 의견이 많았다. “산적한 국정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소 의외의 결과로 평가되는 김 위원장의 공동1위 선정에 대한 이유에 대해 5명의 기자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입장 변화”, “2차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 “북한의 후계자 문제” 등을 꼽았다.
공동 3위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 내정자, 황우석 교수 등이 나란히 4표씩을 얻었다. 박 대표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정치 지도자로 홀로서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주된 이유였다. 홍 대사 내정자는 설문조사를 벌이는 기간에 갑작스레 단행된 깜짝인사의 덕을 본 듯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언론과의 긴장 관계에 대한 역할론”에 주목하는 기자가 많았다.
황 교수에 대해서는 역시 “불치병과 난치병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컸다. “자유로운 영혼, 자유분방한 행동”과 “정치권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이유로 들어 3명의 기자는 강 전 장관을 6위에 올리기도 했다.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 1위에는 모두 8명의 기자가 노 대통령을 꼽았다. 공동 2위에는 강 전 장관과 김 위원장이 각각 5표를 얻어 함께 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4표씩을 얻어 나란히 공동 4위에 오른 두 사람이다. 연쇄살인범 유씨와 이슬람 종교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그들. 이는 인물에 대한 선호도라기보다는 사회부 기자 특유의 호기심과 취재 열정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음은 사회 현안에 대한 부분.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따른 집창촌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존속시켜야 한다”와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존속 주장이 26명으로 폐지 주장(24명)보다 2명이 더 많았다.
‘(집창촌을) 존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창제로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83%로, “기존의 사창제 형태 유지” 의견을 압도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향후 성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한 이가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이는 28%에 그쳤다.
최근의 사형제 폐지 논란에 대해선 사회부 기자들이 상당히 진보적인 의견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4%가 “장기형으로 대체하고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반면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26%에 그쳤다. 이는 현재 전체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사형제 존속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국민 여론과는 상당히 상반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만약 기자가 유영철 사건을 직접 재판한다면 어떻게 선고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50%에 해당하는 이들이 “무기징역”을 선택, “사형선고를 하겠다”(32%)는 의견을 눌렀다. “감형이 없는 종신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5명(10%)이 제시했다.
한편 기자들의 현직에 대한 만족도를 상징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만약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 기자를 계속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이에 대해 과반수가 조금 넘는 54%의 기자들이 “당첨되더라도 기자는 계속하겠다”고 답해 직업에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그만두겠다”는 의견은 36%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첨금으로 언론사를 직접 차리겠다”고 대답한 기자도 4명이 나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