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회장은 20억 원가량을 쏟아부어 폐열차 120여 량을 수집했다. 사진은 금수원에 배치돼 있는 폐열차.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사용기한 20~25년이 지난 이 폐열차들은 유 전 회장과 구원파 일부 신도들이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측으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열차들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새마을호 객실로 무게 25톤, 길이 20~25m, 폭 3m로 대(량)당 4500만 원선이다. 무궁화호 객실은 그보다 저렴한 대당 2500만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구원파 측은 폐열차를 집중적으로 모은 이유에 대해 사무실, 식당 대체 공간 마련과 종교 활동을 위한 공간 마련, 건축물 건립 자제 등 친환경적 이유에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원파 탈퇴자들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어릴 때부터 열차를 정말 좋아했다’는 말을 자주 했고 열차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얘기도 했다. 실제 금수원에 있는 유 전 회장의 집무실에는 열차와 선로 모형이 발견되기도 해 이 같은 언급을 뒷받침한다.
특히 금수원 내에 사들인 30량가량의 폐열차의 경우 건축물 인허가를 받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폐쇄적인 종교시설인 금수원 안의 활동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금수원 내 시설 중 상당수가 건축물 인허가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담을 느낀 유 전 회장 측이 건축물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 폐열차를 여러 대 구입했다는 것이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의 잘못된 종교관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천국행 구원 열차’라는 표현이 종종 쓰이는 만큼, 유 전 회장도 열차만 있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믿음에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구원파 출신 한 인사는 “최근 유 전 회장의 순천 조력자로 활동하다 구속된 추 아무개 씨가 코레일의 순천 지역 한 역사에서 근무했다. 유 전 회장은 추 씨를 통해 폐열차 입찰 정보 등을 전해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