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국방부 검찰단장이 군인사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아래는은 <일요신문>이 입수한 군사법제도 개혁안 관련 문건 4종. | ||
사법개혁을 둘러싼 최근 검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을 지켜본 군 출신의 한 인사가 던진 말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 곧추세우고 있는 사법개혁의 칼날이 검찰에만 그치지 않고 군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일반 형사소송법 등 검찰과 관련된 개혁안과는 달리 ‘군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해서는 보안을 유지하려 드는 군의 특성상 외부로 그 내용이 잘 표출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최근 단독 입수한 군 사법제도 개혁안과 관련된 군 내부 문건을 살펴보면 군 검찰의 소속 전환 등 매우 예민한 부분을 담고 있어 향후 상당한 파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범한 사개추위는 3개의 실무팀이 움직인다. 실무추진 1팀은 법원과 로스쿨 등 총괄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이번에 검찰과 첨예한 마찰을 빚고 있는 형사소송법 등의 개혁 작업은 기획연구팀에서 맡았다. 그리고 또 한 팀이 더 있는데, 현재 ‘군 사법제도 개선안’(사개추위는 ‘개혁안’ 대신 ‘개선안’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작업을 진행하는 실무추진 2팀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군 사법제도 개선안의 밑그림은 지난 4월27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된 ‘군 사법제도 개선 추진에 대한 현안보고’에서 그나마 조금 실체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면 <일요신문>이 입수한 과거 사개위의 개선안 내용 및 군 검찰단의 건의문 내용과 거의 흡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낸 법률발의안과도 상당히 가깝다. 결과적으로 군 검찰단의 건의와 여당의 의견이 사개위에서 상당부분 받아들여졌고, 그 내용이 사개추위로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4건의 자료들은 사개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개선안 내용과 군 검찰단의 건의문, 이에 대한 군측의 검토와 대응 방안 등에 관한 문건이다. 이 자료들을 살펴보면 사개위 및 군 검찰단과 군 간에 가장 첨예한 입장 차이는 ‘군 검찰과 판사의 소속을 현재의 각 군 지휘관에서 국방부로 전환한다’는 것과 ‘군 검찰에게 헌병 등과 같은 군 사법경찰의 수사지휘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사개위 개선안에는 ‘지휘관에 의한 사법권 침해 방지를 위해 군 사법권을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즉 군 검찰과 판사의 소속을 각 군에서 국방부로 전환한다는 것. 그리고 국방부 검찰단은 예하 6개 지역에 검찰부를 설치하고, 중앙 및 5개 지역에 군사법원을 설치한다는 등 사실상 군내의 또 다른 독립기구의 탄생을 의미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 있다.
또한 ‘의문사 등 군내 비리사건 방지를 위해 군 검찰에게 군 사법경찰 수사지휘권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군 검찰단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법제도의 개혁에 대한 건의문’에도 이 같은 내용이 보다 강도 높게 명시되어 있다.
‘군사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국방부 소속의 군 판사단에서 각급 부대를 순회하는 순회재판을 실시할 것, 군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각 군의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시켜 국방부 장관이 행사할 것, 군사법원 재판 결과에 대해 지휘관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제도를 폐지할 것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군 검찰의 독립성과 군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 강화’ 방안도 나오는데, 이를 위해 군 검찰 조직을 국방부 소속으로 통합하고 단위 부대의 장(지휘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군 검찰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사후 감찰권 및 군 사법경찰에 대한 징계 해임 체임 요구권을 부여할 필요성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검토 및 대응안’ 문건은 ‘개선안 내용은 현 지휘관이 마치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지휘권 보장 및 전투력 보존이라는 군사법제도의 존재 목적을 간과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군 검찰의 국방부 소속으로의 독립은 군 검찰의 권력남용 및 수사의 공정성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 ‘군 검찰의 군 사법경찰 수사 지휘는 군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오류’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군 사법제도 개선안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도 언급되고 있는데, 그 내용 또한 상당히 파격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문건에는 ‘군사법원은 평시에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민간법원에서 재판하고, 군 검찰 역시 평시 관할지역 민간 검사에 의거 사건 처리도 가능한 방안’이 나와 있다. 사실상 군 사법기구를 폐지하고 민간 법원과 검찰에 의해 통제를 받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또한 ‘군검찰의 군 사법경찰 수사지휘는 수용 불가’를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이 부분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현재 국방부의 군 사법제도 개혁이 군 법무관을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일반 장교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 군내 갈등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군 사법제도 개혁안이 ‘법무권한의 중앙집권화 및 법무장교 처우 개선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육본의 한 영관급 장교는 “검찰과 달리 우리 군은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또 내서도 안된다. 하지만 군의 중요한 제도를 바꾸면서 최소한 군과 법조계 일반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 청취와 공개적 토론 과정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검찰 개혁에는 현역 검사들도 사개추위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왜 군 사법개혁에는 현역 장교들을 참여시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반 사회에서는 ‘검·경 수사권 분리’로 나가자는 추세인데, 우리 군에선 거꾸로 군 검찰이 군 사법경찰을 지휘하겠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아직도 우리 군을 낙후된 조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개추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검찰 합조단 회의실에서 토론 과정도 거쳤고, 또 각 헌병단 관계자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청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개추위가 사개위의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니 이달 말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