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 인천남동공단의 한 공장 앞에서 검은 이민가방 하나가 발견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가방에서 심한 냄새가 났고 주위에는 파리가 들끓었다. 목격자가 불안한 마음으로 지퍼를 열었을 때 눈앞에 나타난 것은 충격적이게도, 사람의 머리였다.
최초 목격자는 “안에 비닐로 좀 피 안 흘리게 야무지게 한 것 같더라”고 증언했다.
검은 이민가방에서 발견 된 것은 사체의 상반신이었다. 사체에는 30여 차례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고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확인 결과 피살자는 가출신고가 되어있던 50대 남성이었다.
일자리를 알아보겠다며 집을 나선 그는 왜 이런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던 것일까.
범인은 사체를 꼼꼼하게 싸맨 붉은 천에 긴 머리카락과 손톱 조각을 남겼다. 사체 유기장소를 비추던 CCTV에는 범인의 자동차가 흐릿하게 찍혀있었다.
긴 머리카락과 깔끔한 사체 처리방법은 범인이 여성일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경찰은 확보된 단서로 범인을 특정했고, 살인 혐의로 30대 여성을 긴급 체포했다. 범행 장소에서 CCTV에 포착된 범인은 긴 생머리에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이었다.
인천남동경찰서 수사관계자는 “시신을 훼손하고 살해하는 방법, 또 유기하는 과정까지 봐서는 여자 혼자로서는 조금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문점은 많았다. 젊은 여성 혼자서 저지르기에는 너무 잔인한 수법의 범행이었다. 공범과 추가 범행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경찰은 그녀의 진술에 따라 파주의 한 농수로에서 피해자의 다리를 찾아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그녀는 피해 남성이 자신을 강간하려 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이며, 정당방위 차원에서 했던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범행에 사용된 도구들과 계속되는 그녀의 묘한 행동은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케 했다.
얼마 후 그녀는 그간의 진술을 뒤집고 자신의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은 그 남자를 죽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죽은 남자의 카드로 쇼핑을 즐기는가 하면 시신을 훼손한 전기톱과 훼손된 시신을 이동하는 데 사용된 이민가방을 사기도 했다. 또 쇼핑몰 내 귀금속 매장을 찾아 “남자친구에게 선물하려 한다”며 순금 물건만 찾았다.
정신과 전문의는 최진태 박사는 피의자에게 “인격장애가 있다. 자기 자신의 의존성을 충분히 채우고 유지시키기 위한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접근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사진=SBS 제공)
송도형 온라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