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내리던 비가 잠깐 멈췄던 지난해 6월 20일 A 양은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삼촌 김 아무개 씨(36)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김 씨는 A 양에게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 주소를 알려주며 이곳에 있으니 잠깐 들러 함께 나가자고 했다.
김 씨가 알려준 방으로 찾아간 A 양이 노크를 하자 바로 문이 열렸다. A 양을 반갑게 맞이한 김 씨는 방으로 들어올 것을 권했는데 뭔가 눈빛이 이상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방안으로 들어간 A 양은 빈병들이 나뒹굴고 주사기까지 눈에 띄어 불안했지만 김 씨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A 양이 두리번거리고 있자 김 씨는 음료 한 잔을 권했다. 겉으로는 일반 음료와 다를 바 없어 아무런 의심 없이 쭉 들이켰는데 사실 그 안에는 필로폰이 섞여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A 양은 점차 정신이 몽롱해져 결국 김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약에서 깨어난 A 양은 당장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으나 김 씨는 “아빠에게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A 양이 꼼짝을 못하자 김 씨는 지인들까지 끌어들여 마약을 투약하고 번갈아가며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에 A 양은 신고는커녕 같은 해 9월까지 김 씨 등 3명으로부터 25회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
성폭행도 문제였지만 A 양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마약중독자가 되어갔다. 김 씨 등은 자신들도 직접 필로폰을 투약한 뒤 A 양에게도 주사기를 통해 강제로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음료수에 필로폰을 타 억지로 마시게 한 것. A 양이 거부하거나 반항하면 “나와 성관계를 맺지 않으면 사람 죽이는 약을 주사하겠다”는 협박도 일삼았다.
3개월이 지나서야 A 양은 겨우 나쁜 삼촌들의 손아귀에서 풀려났는데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되자 김 씨 등이 “A 양은 우리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의 사주를 받아 100만 원을 받고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사전에 입을 맞춘 듯 가해자들은 한 목소리로 A 양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A 양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도 여의치 않자 김 씨는 “나는 A 양과 애인 관계”라며 성관계를 정당화하려 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은 A 양이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나오면 “일관적이지 못하다”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A 양은 수차례 법정에 서야 했고 당시 해외에서 유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술을 위해 일부러 귀국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들의 뻔뻔한 태도에 결국 법원은 김 씨 등 3명에게 이례적으로 검찰에서 구형한 10년 형을 그대로 선고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부지법 제11형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A 양에게 강제로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폭행을 일삼은 김 씨 등 3명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김 아무개 씨(48)에게도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 씨 등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의 성장과정 등을 볼 때 돈이 급하다는 정황을 발견할 수 없으며 성매매를 목적으로 가해자들을 만났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 양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피고인들은 16세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고 강간해 피해자를 성적 노리개로 삼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인계해 피해자를 빠져나올 수 없는 범죄의 늪으로 몰아넣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범행이 거듭될수록 피해자에게 투여된 필로폰의 양이 늘어나 중독성에 노출되는 등 가치관이 혼란을 겪는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죄질이 불량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마약류 어떻게 들여올까 싼 값에 쉽게 ‘인터넷 직구’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3년도에 단속된 마약류사범은 모두 9764명으로 전년도 9255명에 비해 약 5.5%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7902명, 대마 사범 1177명, 양귀비 등 마약 사범 685명 등으로 조사됐다. 마약에 빠져드는 원인으로는 중독이 24.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유혹(15.4%), 호기심(9.9%) 등 4명 중 한 명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류는 중독성이 높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반복 범죄의 길로 빠지기 십상인데 이 때문에 재범률이 약 40%에 달한다. 2009년 재범률을 33.8%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39.5%로 상승했는데 해마다 재범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쉽게 구할 수 없는 마약을 어떤 방식으로 손에 넣을까.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값싼 외국산 마약을 인터넷 직접구매 방식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단다. 일부 신종 마약류의 경우 외국에서는 마약으로 지정되지 않아 인터넷 등을 통해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도 저렴하고 환각효과까지 높아져 20~30대 젊은 층과 중독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코로 흡입하는 액상 마약인 일명 ‘러시’는 지난해 12월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42건(1602g)이 적발되기도 했다. 물론 ‘전통적인’ 방식인 국제우편(미군 군사우편물 포함)과 국제특송화물을 통한 마약류 유입도 여전하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공급선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필로폰은 중국을 통한 유입이 47%로 가장 높은 편이지만 이는 전년 대비 15%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공급되던 저렴한 멕시코산 필로폰까지 국내로 밀반입되면서 자연스레 중국을 통한 유입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신종 마약류 확산과 밀반입루트 다변화 등 특이동향이 발견된 만큼 인터넷사이트를 추적해 직접구매 루트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