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 ||
특히 오는 6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18세 미만의 남성 이중국적자들이 무더기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은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호언대로, 이중국적 자녀들의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고위 공무원과 국·공립대 교수 부모들의 구체적인 신상이 드러날 것인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번 이중국적 파문을 두고 일부에서 국가 공무원의 느슨해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전·현직 고위공직자 직계자손들의 이중국적 보유 실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과거 몇몇 장관들이 직계 가족 이중국적 문제로 낙마한 사례가 있듯이, 현직 장관급 인사들에게도 직계 자녀나 손자, 손녀들의 이중국적 보유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꽤나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요신문>은 전·현직 대통령, 국무총리 및 장관급 인사들을 망라해 이들 직계 자손들의 이중국적 보유 실태를 단독 취재했다. 이중국적을 지닌 전·현 고위공직자 직계 자손들이 향후 과연 어느 나라를 ‘조국’으로 택할지도 비상한 관심사다.
전직 대통령 중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 자손 중에 일부 이중국적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삼남인 전재만씨의 큰딸 지현양이 이중국적 신분이다. 지현양은 지난 2004년 2월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나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재만씨의 부인 이윤혜씨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얻은 뒤 한국 국적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이중국적자다.
이중국적은 아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손자인 우석군은 미국 코네티컷주 렉토리중학교에서 레슬링 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유학중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가족 중에는 손자 지호군이 이중국적자다. 지호군은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씨와 신동방그룹 신명수 전 회장의 장녀 신정화씨 사이에서 태어난 ‘늦둥이’. 현지시각으로 지난해 8월19일 새벽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세상과 첫 조우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 가족 중에는 이중국적자가 없다. 다만 둘째딸 혜경씨가 지난 77년 당시 미국 국적의 주영삼씨와 혼인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얻고 이중국적자가 된 뒤 85년에 한국국적을 포기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사항이다.
▲ (왼쪽부터) 고건 전 총리, 진대제 정통부 장관, 오명 과기부 장관, 박승 한국은행 총재 | ||
종대군은 올해 만 19세가 되므로 징병검사 대상. 김 전 대통령의 공보 업무를 담당하는 최경환 비서관은 종대씨의 이중국적 포기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89년 서울에서 출생한, 홍업씨의 둘째아들 종민군은 미국 코네티컷주 럼지중학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우석군처럼 레슬링 선수로 뛰면서 유학중이다.
전직 국무총리 자제들도 다수 이중국적자로 파악됐다. 먼저 DJ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경우, 장남 김진씨의 세 자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장손 인영군은 지난 86년 미국 LA에서, 손자 지영군과 손녀 미영양은 각각 90년과 93년 미국 유타주에서 태어났다. 올해 만 19세가 되는 인영군은 징병 신체검사 대상. 그러나 인영군은 지난 2003년 12월31일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 의무가 상실됐다.
지난 2000년 1월부터 5개월간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경우, 장손 일석군과 손녀 주리양이 이중국적자다. 박 회장의 장남 성빈씨와 며느리 정지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주리양은 지난 9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석군은 200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 가족 중에는 손녀 희윤양이 이중국적자다. 희윤양은 외아들 용모씨가 유학중이던 지난 97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었다.
고건 전 총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장손자인 동주군이 이중국적자다. 고 전 총리의 장남 고진씨의 아들인 동주군은 지난 93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했다. 당시는 고진씨가 미국 시라큐스대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던 시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손자의 국적 포기 여부를 묻기 위해 고 전 총리측과 전화 통화를 하려 했으나 미국 시라큐스대학 외국인 첫 이사로 뽑힌 고 전 총리가 당시 이사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라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전직 장관들도 마찬가지.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손녀 가은양과 손자 형준군이 미국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이며, 박정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손자 태섭군은 지난 88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출생, 이중국적을 얻었다.
박태영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경우엔 손자가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아들인 명주씨가 지난 2000년 5월 미국 버지니아에서 형준군을 낳았던 것.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가족 중에는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지윤양이 이중국적자이며, 이정무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손녀 수지양이 미국 뉴저지에서 출생, 이중국적자다.
김선길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 손자인 동준군이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맏아들 형순씨의 외아들인 동준군은 지난 89년 뉴저지에서 출생했다.
현직 장관급 고위 공직자 중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겸 부총리, 박승 한국은행 총재, 홍석현 주미대사의 자제나 손자들이 이중국적을 보유한 적 있거나 이중국적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 임명 당시부터 자녀들의 이중국적 문제로 곤욕을 치른 진 장관의 경우, 78년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태어난 큰아들 상국씨와 8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맏딸 수정씨, 85년 뉴욕에서 태어난 둘째딸 미정씨가 모두 이중국적자였다. 그러나 상국씨와 수정씨는 지난 2000년 6월과 2002년 5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오명 부총리는 외아들인 정석씨와 손녀 서영양, 손자 승우군이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정석씨는 이중국적 상태에서 지난 98년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으로 입대해 2003년 3월24일 제대하고 병역 의무를 마쳤다. 정석씨의 두 자녀인 서영양과 승우군은 각각 97년과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했다. 정석씨의 아내인 이지은씨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경북 포항 남)의 둘째딸이다.
오 부총리의 딸 정은씨는 지난 72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 2000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두 딸이 낳은 외손자, 외손녀가 이중국적자다. 지난 91년 2월28일 김성수씨(강원대 산업공학과 조교수)와 결혼한 큰딸 박유씨는 94년과 96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두 아들 용갑, 용한군을 출산했다. 포항대 물리학과 조교수인 박재모씨와 지난 95년 결혼한 둘째딸 박원씨는 98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딸 서연양을 출산했다.
최근 위장 전입, 재산 증식 의혹이 제기된 홍석현 주미대사의 경우, 큰 아들 정도씨와 딸 정현씨가 모두 미국 출생이다.
지난 78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출생한 정도씨는 2000년 5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나 지난해 5월 다시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99년 4월1일 육군에 입대, 2001년 5월31일 만기 제대한 정도씨는 서류상으로는 미국인으로 1년여간 국군에 몸담았던 셈이다.
80년 미국 워싱턴에서 출생한 딸 정현씨는 이중국적 상태에서 지난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85년생인 막내아들 정인씨는 국내에서 태어났다. 정인씨는 2004년 9월 징병 검사를 받지 않고 유학을 떠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