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령 이사장의 개인채무에 얽혀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건물이 경매에 부쳐져 물의를 빚고 있다. 육영재단은 올 한해 이사장 해임 갈등에 이어 국토순례단 성희롱 파문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시사저널 | ||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1월4일 박 이사장과 법인실장을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그동안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성동교육청이 나서 박 이사장의 해임을 주장해 왔지만 지금은 시 교육청이 직접 나서 재단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행정 처분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 수사 및 박 이사장의 대응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박 이사장의 개인적인 채무 갈등이 원인이 되어 결국 법원에서 강제 개시 결정이 내려진 어린이회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어린이회관 내 무궁화홀 연회장과 전자과학관 등 과학관 건물, 그랜드홀 연회장, 무지개극장은 물론 주차장 부지가 최근까지 모두 세 차례 경매에 넘어갔다가 유찰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박 이사장측이 자신들이 맡긴 법원 공탁금을 몰래 빼간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는 등 상황은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어린이회관은 왜 경매에 넘어가야 했을까. 지난 8월 말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해 경매 사실은 짤막하게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0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뜻으로 설립된 어린이회관이 급작스럽게 경매로 넘어가기까지의 사연은 그간 박 이사장과 채권자인 C씨가 입을 열지 않아 그 전모가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C씨가 드디어 <일요신문>에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C씨와 육영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그리고 두 사람 간의 재판 판결문 등에 따르면 C씨와 박 이사장이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경. 90년대 초반부터 육영재단에서 박 이사장과 함께 일한 C씨는 그 해 4월 박 이사장의 부탁을 받게 된다. 사업 자금 9억8천만원을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C씨는 자신의 돈과 급전을 통해 마련한 돈을 빌려줬고 그 인연을 계기로 재단 상임고문으로 임명되기까지 했다.
돈을 빌려준 후 C씨는 어린이회관 주차장을 임대료 9억8천만원, 그리고 수영장을 2억4천8백만원에 임차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싹튼 것은 박 이사장이 약속한 상환 시기를 넘어서까지 금전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으면서부터라고 C씨는 말한다. C씨 등에 따르면 돈 문제로 감정이 격화되자 육영재단측은 하는 수 없이 C씨에게 제법 수익률이 좋았던 어린이회관 내 예식장 사업권 전체를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식장은 기존의 정아무개씨라는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었다. 정아무개씨는 박 이사장이 재정 형편 등의 이유를 들며 선불을 원하자 월임대료의 41개월분인 24억6천만원을 박 이사장에게 선불로 지급했고 이 중 8억원은 C씨에게 건네졌다고 한다.
이전부터 박 이사장에게 9억8천만원 이외에도 더 많은 돈을 빌려주었다는 C씨는 박 이사장에게 빌려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데 8억원을 거의 소비했다고 한다.
8억원 지급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C씨는 “원래 예식장을 맡아 운영하려고 했으나 원래 사업자 정씨가 자신이 계속 예식장을 운영하고 싶다며 운영을 맡겨주는 대신 일종의 권리금조로 8억원을 주겠다고 해 이를 포기하는 대신 돈을 받은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 이사장측은 “월 임대료 선급금의 일부로 수령할 것을 C씨가 대신 받아 자신에게 주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며 상당히 불쾌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 | ||
경찰과 검찰 조사에 이어 두 차례 형사 재판이 진행됐고 결국 1심과 항소심에서 C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C씨는 곧바로 2001년 4월24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박 이사장을 상대로 임대보증금 등에 대한 반환 청구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반환 요구 액수는 일부 비용을 제외한 17억2천7백만원.
그러나 C씨는 1년 2개월 간의 1심 재판 끝에 오히려 패했다. 곧바로 2002년 7월23일 항소를 제기한 C씨의 재판은 3년여가 지난 올해 1월18일에서야 양측이 변론이 종결됐고, 2월1일 서울고등법원은 “육영재단은 C씨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C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예식장 권리금으로 받았다는 8억원 중 5억원을 양측이 합의한 권리금으로 인정한 것.
박 이사장은 이에 불복 올해 3월22일 대법원에서 상고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한나라당에서 16대 국회의원까지 지낸 김용균 변호사까지 지원 사격을 펼쳤으나 박 이사장의 상고는 9월30일 기각됐다.
항소심에서 법원이 C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 75년부터 육영재단 소유로 된 어린이회관이 있는 서울시 광진구 능동 18-10외 세 필지 건물에 대해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3월28일 강제 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월5일 첫 경매일 직전에는 재단측이 경매를 막기 위해 법원에 5억원을 공탁한 뒤, 경매일을 연기되자 곧바로 공탁금을 판사 몰래 빼가는 유례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C씨측은 “법원이 박 이사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어린이회관 건물은 지난 10월17일 1백21억4천여만원에 경매가 시작됐으나 유찰됐고, 지난 11월14일에도 최초 감정 평가액보다 20% 떨어진 97억1천6백여만원에 경매가 나왔으나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건물은 오는 12월12일 또 다시 20%가 떨어진 77억7천여만원에 경매가 나올 예정. 토지가 함께 붙어 있지 않은 건물만의 경매이고, 또한 공익법인 소유의 기본재산인 어린이회관의 이전은 주무관청이자 경매 사건의 교부권자인 광진구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낙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네 번째 경매 기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C씨는 “잘은 모르지만 순수하게 교육 사업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어린이회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며 경매가 이뤄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는 상황이며 재단측은 어떻게 해서든 경매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