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현규(왼쪽), 정찬용 | ||
한현규 경기개발원장의 구속에 이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부적절한’ 개입문제가 드러나는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이미 ‘오포게이트’로 커졌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게다가 사건의 파장은 지난해 이 사업과 관련, 감사를 벌인 바 있는 감사원을 향해가고 있어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건교부가 지난해 6월 불허했던 이번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불과 두 달 만에 사업이 인가됨으로써 감사원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야당 유력 대선후보의 측근을 거쳐 청와대 핵심인사를 찍고 여야 정치인들을 흘겨보며 감사원을 향해 가고 있는 ‘오포 게이트’는 자칫 도청 정국에 이은 제2의 정국 돌풍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의문점을 들여다봤다.
부적절한 개입이 드러난 직후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민원으로 들어온 일을 부처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 부적절한 개입을 한 일은 없다”고 항변했다. “엄격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비리는 없었다”는 게 정 전 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여름 행담도 비리 의혹에 휘말렸을 당시에도 비슷한 해명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품 수수 의혹은 없었다 해도 ‘청와대 인사수석이 건설 인허가와 관련 시공사와 건교부 관계자, 그리고 시행사측 브로커 등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만남을 주선했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똥은 감사원에도 튀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건교부가 사실상 인허가 불허 방침을 내린 이 지역 개발문제와 관련 민원처리실태 감사를 통해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지적하며 건교부의 시정을 요구해 결국은 인허가를 관철시켰다. 인허가를 불허한 사업을 감사원이 감사해 허가를 내주도록 한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업체 관계자들의 전방위 로비를 받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게다가 시행사인 정우건설의 브로커 서아무개씨가 자신의 인척인 감사원 고위 인사를 통해 로비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우건설은 이 사업의 시공사로 되어 있는 포스코 건설의 ‘비하인드 컴퍼니’로 알려진 기업. 알려진 것만 3억원 가까운 로비 자금을 뿌린 이 회사는 이와는 별도로 토지 매입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감사원 | ||
검찰은 박 전 의원을 연결고리로 집중수사를 확대하던 중 손학규 경기지사의 최측근인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이 개발 시행사인 정우건설로부터에서 10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한 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우건설이 여러 명의 브로커를 고용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감사원·건교부 등에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속속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업체들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중심으로 로비를 벌이던 올 5~6월 이미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문제점을 인지, 본격적인 내사에 들어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 내사를 시작한 시점도 이때였다. 이 문제가 처음 ‘첩보’ 수준에서 모습을 드러낼 당시 거론됐던 고위직 공무원과 여야 정치인들은 무려 10여 명에 달했다. 한 원장과 정 전 수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특히 한 원장의 경우 첩보단계부터 받은 뇌물의 액수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정도였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처음 문제가 불거질 당시 브로커들과 관련자들로부터 나온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명단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거론되는 사람들 모두가 뇌물을 수수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로비가 있었던 정황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 전 수석의 경우 자리를 만들어 논의를 하고 사람을 연결해 준 정황은 포착됐지만 당시에도 뇌물을 받은 정황은 없었다”며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비리의혹으로 인해 손학규 지사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 ||
아직은 수사중인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는 현재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구설로만 떠돌던 정치권과의 관련설이 하나씩 그 베일을 벗고 있는 모습은 분명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된 정도다. 수사의 범위나 폭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언론이 앞서 나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수사의 확대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