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화합과 공존을 염원하는 종교인 모임은 17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 마하보디사원 찬불가 훼불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종교인들은 성명에서 “관용과 배려 그리고 공존의 정신이 실현되는 한국사회를 염원한다”며 “인도 마하보디사원은 전 세계 불교신자들이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류의 유산으로 이런 곳에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절대시하며 선교기도를 벌인 행위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우리 속에 존재하는 다른 종교에 대한 무시, 배척은 물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 등 무관용의 문화가 만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며 “또한 한국사회의 종교 간 평화정착과 사회적 약자ㆍ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기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의 계기로도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우리사회 화합과 공존을 염원하는 종교인 모임이 1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 마하보디사원 찬불가 훼불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 종교인들은 나아가 종교간 평화와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관용의 풍토 조성을 위해 가칭 종교평화법 및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촉구했다.
종교인들은 “이미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증오방지법,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종교에 대한 차별과 개종 강요행위, 종교시설에 대한 테러, 성적·인종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 등의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정신이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교 내에서 일반화되고, 종교 간 평화와 소통의 단초가 될 종교평화법 및 차별금지법의 제도적 기반도 조성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종교인들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종교별 입장을 밝혔다.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먼저 “죄송하다”는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정 목사는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그동안 개신교계의 결례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무례한 일들로 이웃종교에 상처를 준 것에 목사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스님은 “지금까지 ‘선교’라는 미화된 표현으로 발생한 무례한 행위를 지켜보며 법에 따른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당시 약속한 차별금지법 제정 공약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쳐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사회에 과연 공존과 공생이 남아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함께 살아가는 문제들이 시간에 의해, 다른 사건에 의해 묻혀지고 잊혀져서는 안 된다.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함께사는 세상이 되도록 종교인들이 앞장서고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성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교무는 “남의 집에 가서는 가풍을 따르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번 사건은 개신교의 입지를 악화시키고 입장만 곤란하게 만들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등 4대종교 성직자 10여명이 동참했다. 우리사회 화합과 공존을 염원하는 종교인 모임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동참하고 있다.
[온라인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