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통신업계에서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양강구도에서 팬택이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모두 힘이 달렸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이폰과 갤럭시로 쏠림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네임밸류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시장에서 통신사들의 영업정지가 잦았다. 단말기 판매가 어려워졌던 것. 팬택 관계자는 “올 1분기 흑자 환경을 만드는 등 좋았던 분위기가 통신사들의 영업정지로 큰 타격을 받았다”며 “환경이 조금만 개선돼도 현재 조직과 품질로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통신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출자전환이나 채무유예는 몰라도 통신사들이 월 15만 대가량 단말기를 구입해줄 것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억지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고정적으로 매출을 보장해달라는 얘기인데, 시장경쟁체제에서 불가능한 요구라는 것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를 단말기를 매월 고정적으로 확보해달라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팬택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사의 1차 고객은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들”이라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찾아도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팔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팬택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팬택 단말기가 더 안 팔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워크아웃도 좋지 않은 상황인데 만일 생존이 위태롭다는 얘기가 퍼져나가기라도 하면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휴대폰 단말기 영업직원은 “팬택 제품이 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브랜드와 애프터서비스 등의 이유로 잘 안 팔린다”면서 “최근 이 같은 현상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