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물론 유명 연예인에서 스포츠 스타까지 ‘행운’을 쫓는 유명인들의 발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은 일반인의 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VIP룸에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종종 일반실에서 ‘행운’을 잡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유명인을 만나기도 한다.
최근 불법 카지노바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된 가수 S씨도 강원랜드의 VIP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인기 정상을 달리고 있는 영화배우겸 탤런트 K씨도 단골고객으로 알려져 있고 유명 MC인 H씨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카지노를 찾는다. 또 연예인 출신 사업가인 J씨는 최근까지도 강원랜드를 자주 방문했다. 그 외에도 유명 농구선구 L씨 등 10여 명의 스포츠 스타와 개그맨 K씨 등이 카지노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에도 확인된 바 있다. 구속된 법조브로커 윤상림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원랜드 VIP룸을 드나든 유명인사들에 대한 얘기가 슬쩍 흘러 나온 것. 검찰은 “윤씨와 같은 시간대에 도박을 하고 돈을 바꿔간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도 있다. 국내 유명 여성 프로골퍼의 아버지와 유명 연예인, 중소기업체 대표, 전·현직 정치인 등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명인사들의 카지노 출입이 잦아지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각종 행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카지노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유명인들, 특히 연예인들 중에는 카지노에서 행실이 안 좋기로 소문난 사람들도 많다. 유명인들 중에도 카지노에서 출입정지를 당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연예인 출신 사업가 J씨나 개그맨 K씨, 유명MC H씨는 카지노장에서 욕설을 퍼붓는 등 행실이 안 좋은 유명인사 1순위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또 조직폭력배 출신의 J씨는 강원랜드에서 통이 큰 베팅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VIP룸에서 만난 한 인사는 “J씨는 베팅을 할 때 조금씩 하는 법이 없다. 한번에 수천만원씩 베팅을 하곤 했다. 따면 크게 따고 잃어도 크게 잃는 스타일이다. 카지노에서 오래 게임을 하지 않고 단번에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로커 윤상림씨의 경우도 특이한 행적을 많이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몇 년 전 윤씨를 카지노에서 처음 만나 최근까지 친분을 유지해 온 한 인사는 “윤씨는 보통 저녁시간에 카지노에 와서 밤새 도박을 하고는 새벽에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갈 때마다 그는 도박을 하고 남은 돈을 전액 현금으로 바꿔 많게는 수억원씩 가져갔다”며 “그는 많은 게임 중 오로지 바카라만 했다. 도박을 할 때도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혼자만의 주문을 외우고 어떤 때는 공중으로 펄쩍펄쩍 뛰어올라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여간 상당히 눈에 띄는 행동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유명인들의 카지노 출입은 종종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초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유전게이트’의 주역 전대월 전 하이앤드 대표의 경우도 카지노에서 수십억을 탕진한 것이 밝혀져 구설에 오른 바 있고 지난해 여름 구속된 카지노 대부업자의 장부에선 전직 국회의원, 유명 변호사, 전 울산상공회의소 소장의 이름도 확인된 바 있다. 이들 유명인들은 카지노를 오락 장소뿐 아니라 돈세탁 장소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취재진은 5백여 명의 엄선된 회원만이 드나들 수 있다는 VIP룸 내부 취재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삼엄한 경비 탓에 끝내 잠입에는 실패했고, 대신 VIP룸 회원 한 명을 밀착 취재해서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VIP룸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며 출입구도 따로 되어 있는 등 철저한 보안이 지켜진다. VIP회원들은 사진이 붙은 회원증을 제시해야 하며 회원과 함께 간 일반인도 출입금지다. 일반인은 3천만원을 제시하면 심사를 거쳐 출입이 허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VIP룸은 시설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게임장과는 달리 머신게임은 없고 테이블 게임 중 바카라와 블랙잭만 허용된다.
VIP회원들은 게임을 하는 이외의 모든 편의를 강원랜드로부터 제공받는다. 호텔 객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식사도 제공된다. 맥주 등 주류와 담배, 심지어 칫솔, 면도기도 제공된다. 또 일반인 게임장과는 다르게 게임 중 담배를 태우거나 술(맥주)을 마시는 것도 허용되며 모자를 쓸 수도 있다.
최고급 시설의 휴게실과 철저한 고객관리, 신원보장이 이뤄지고 있어 일반인들의 눈을 피하고 싶어하는 유명인들은 많은 돈을 들이더라도 VIP룸을 선호하고 있다. 게임의 규모도 일반실과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1백만원짜리 칩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VIP실에서의 베팅 상한선은 1인당 최고 1천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것은 규정일 뿐 편법을 이용해 최고 6천만원까지 베팅하는 것이 가능하다.
평소 이곳에는 하루 평균 1백~2백명이 이용하는데 이들 VIP 회원들은 길게는 1주일 짧게는 1~2일씩 머물며 도박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지노의 한 관계자는 “하루 수천 명이 이용하는 일반실과 VIP실의 매출액이 거의 비슷하다. VIP회원들이 쓰는 돈의 규모가 그 정도로 많다. 하루에도 수억원씩 잃고 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VIP룸에서는 남녀 간의 ‘은밀한 작업’도 이뤄진다. 서로 얼굴을 거의 아는 상황이다보니 자연스레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 최근 구속된 브로커 윤상림씨도 이곳 VIP룸에서 만난 한 여성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상당한 양의 금전거래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부산 중견기업 사장의 부인인 이 여성은 “게임을 즐기다 자연스레 윤씨와 가까운 사이가 됐고 수개월 동안 윤씨와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이들을 기억하는 카지노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한다. 이들은 돈 때문에 만난 관계는 아니었지만 가까워진 이후 상당한 금액의 돈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원 정선=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