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전경. | ||
약 한 달여간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전개하면서도 언론에는 철저하게 보안을 기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간곡한 당부가 계속됐다. <일요신문> 취재팀은 지난 한달 여간 검찰 수사 관계자들을 밀착 취재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지금 그동안의 취재 수첩을 공개한다.
지금 검찰은 사법처리 대상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미 그 동안의 수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대부분의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된 상태다.
눈물을 떨구며 “황우석 교수에게 속았다”는 기자회견을 했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 교수 몰래 외국 연구소에 줄기세포를 넘기고 비밀리에 실험까지 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황우석 죽이기’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황우석 교수의 지시로 논문을 조작했다”는 중대발언을
검찰은 수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황우석 교수보다는 김선종, 노성일 이사장 등 미즈메디 소속 관련자들에 더 많은 의혹을 가지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수사 초기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황 교수가 도덕적인 책임이 많다고 한다면 노 이사장이나 김 연구원 등은 사법처리 대상으로 볼 개연성이 많다”며 “게다가 미즈메디병원이 그 동안 발표한 논문의 대부분도 이 두사람의 손에 의해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사법처리 대상을 4~5명 선으로 잡고 있다. 이 중에는 김선종 연구원과 권대기 박종혁 연구원 등 2004, 2005년 줄기세포 수립에 직접 관여한 연구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은 황 박사와 노 이사장의 구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알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황 박사의 경우 지난해 11월경까지 줄기세포가 없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조사를 한 결과 황 교수의 경우 자신의 주장대로 논문을 부풀린 것은 맞지만 수립된 체세포 줄기세포가 전혀 없다는 것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고 하기에는 황 교수팀의 연구행적이 이상한 점도 이러한 관측을 가능케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가 없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서도 국내외에 세포를 분양하고 쥐를 상대로 임상실험을 했다는 것은 어딘지 이상하다. 황 교수를 포함한 논문의 핵심관련자들 대부분이 줄기세포 조작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교수팀의 핵심 관계자도 “내가 알기로는 황 교수는 지난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처음으로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황 교수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미 논문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고 연구팀 책임자로서의 도의적 책임도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조사를 하다보니 황 교수는 연구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치적인 사람이었다. 연구원들도 ‘황 교수가 연구의 진행 상황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박기영 전 청와대 보좌관의 역할과 책임여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 박 전 보좌관은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천만원을 지원받은 사실과 청와대에 이번 사건과 관련 잘못된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최근 조사결과에서 박 전 보좌관의 연구비 사용과 관련 특별한 사항을 발견하는 데는 실패했다. 지금으로서는 박 전 보좌관의 사법처리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박 전 보좌관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황 교수의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2005년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까지 올린 그녀의 역할이 언제든 폭발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지난 1월 중순 “박 전 보좌관의 그간 행적이나 연구비 문제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번주 황우석 교수 등 핵심 인사들을 불러 막바지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여기서 황 교수나 노 이사장의 처리문제가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상태라면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에 실패하자 고의로 오염 사고도 일으키고 바꿔치기도 하고 거짓말도 했다는 선에서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황 교수는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한 채 이를 가지고 부풀려 논문을 작성한 셈이 된다. 어쩌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세계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 교수팀 내 갈등이 이번 사건을 부추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의혹도 풀려야 할 과제로 남는다. 황 교수팀의 핵심관계자는 최근 <일요신문>을 통해 “이번 사건이 사실보다 더 크게 부풀려진 데는 황 교수와 문신용 교수간의 갈등이 한몫을 했다. 두 사람이 틀어진 것은 임상실험으로 가는 문제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이 기술을 실용화할 의사를 새로 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안규리 교수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 과정에 최초 제보의 문제라던가 논문과 관련된 전반적인 의혹을 해소해 줄 열쇠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주 <일요신문>(717호)의 카메라에 포착된 황 교수팀의 ‘안가’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검찰이 이 안가를 압수수색한 이후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수의대에서 없어진 많은 자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황 교수팀 관계자들이 이곳에서 조사관련 입을 맞춘 흔적도 발견, 조사를 진행중이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밝혀지지 않은 이런저런 궁금증이 어쩌면 이곳을 통해 확인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검찰은 이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이후 피츠버그대 섀튼 교수가 미즈메디병원으로부터 줄기세포 2, 3번을 받아간 사실 등을 밝혀낸 바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가 하나씩 베일을 벗기 시작하자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황우석 연구팀의 목소리도 최근 조금씩 커지고 있다. 황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시작됐던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한 문제점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검찰 조사 역시 의문이 많다는 입장이다. 특히 2004년 논문이 당시 황 교수팀의 일원으로 활동한 이유진 연구원이 처녀생식을 통해 우연히 얻게 된 줄기세포였다고 발표한 서울대 조사위의 결과가 검찰조사에서 “2004년 줄기세포는 박을순 연구원이 확립한 것”으로 뒤집어지자 서울대 조사위 결과에 문제가 있다며 황 교수팀은 발끈하고 나섰다.
황 교수팀의 핵심관계자는 “황 교수의 연구는 다른 과학자들과는 다르다. 황 교수 연구는 테크닉이라는 특징이 있다. 서울대 조사위는 그러한 연구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조사위 결과가 검찰에서 뒤집히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1번 줄기세포를 이유진 연구원이 처녀생식으로 만들었다는 서울대 조사위 발표도 사실 웃기는 얘기고 젓가락 기술을 이용해 난자에서 핵을 짜내는 핵치환기술밖에 갖지 못한 박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얘기다”고 서울대 조사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