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L 그룹 대주주인 K 전 회장의 둘째 사위인 L 씨가 자신의 자동차에서 위치추적용 휴대폰을 발견하고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K 전 회장의 차녀이자 L 씨의 부인인 K 씨가 회사 직원을 사주해 L 씨의 차량과 그의 내연녀로 의심받던 P 씨의 차량에 위치추적용 휴대폰을 몰래 장착해 행적을 추적해왔다는 게 진정서의 골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4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 L 씨의 불륜을 의심해온 K 씨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평소 가깝게 지내던 L 그룹 직원 두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K 씨의 부탁을 받은 두 사람은 전직 경찰 출신의 조사전문가. 두 사람은 L 씨와 그의 내연녀로 의심받고 있는 P 씨의 행적을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두 사람은 회사 전산망에 들어가 L 씨와 P 씨의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개조된 휴대폰인 ‘A폰’을 L 씨와 P 씨의 차량에 몰래 부착하는 데 성공했다.
A폰은 발신가능번호가 10여 개로 제한되어 있고 보호자가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능이 단순화된 휴대폰이다. 보호자가 어린이나 노인 등의 위치를 수십m 오차 범위 내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건전한 위치추적용 휴대폰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A폰의 기능을 악용해 사생활을 추적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해 5월부터 무려 6개월간 A폰을 이용해 L 씨와 P 씨의 차량을 추적해왔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위치추적을 해온 두 사람을 위치정보보호및이용에관한법률(위치정보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3월 20일 두 사람을 구속했다. 두 사람을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K 씨도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 사법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7월 27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위치정보법’은 위치정보의 안전한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위치정보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위치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L 그룹 직원 두 명은 처벌이 불가피하고 이들을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K 씨 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법처리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안산지청 담당 검사는 L 그룹 대주주의 딸과 사위가 이 같은 사건에 연루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기소 전이고 개인의 사생활 문제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L 그룹의 ‘보안’ 요청으로 외부에는 노출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기소할 경우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이 크고 L 그룹도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L 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너 일가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인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인 L 그룹 대주주의 딸이 연루된 이번 사건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