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사진)-진승현-윤상림 간의 삼각거래와 관련된 수사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 ||
최근 김재록 게이트와 현대차 수사, 론스타 의혹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일반의 관심은 윤상림 사건에서 멀어진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윤 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월 확인된 바 있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진승현, 그리고 윤상림으로 이어지는 수상한 삼각거래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며 새롭게 달궈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검찰은 윤 씨를 조사하며 정 회장을 포함한 재벌 2, 3세 7~8명이 신세기통신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어 비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윤 씨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달 중으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무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섯 달에 걸친 장기간의 수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그러나 새롭게 드러난 재벌 비자금 문제는 윤상림 게이트의 2라운드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윤상림 게이트’. 그 끝과 또 다른 시작을 따라갔다.
법조브로커 윤상림 사건이 서서히 마무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윤 씨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달 중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마지막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검찰은 윤 씨를 상대로 30여 건에 달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기소를 해 놓은 상태다. 기소 내용은 대부분 사기나 횡령으로 금액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됐던 검찰 수사는 애초 관심을 모았던 것과 같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현재까지 검찰은 윤 씨와 돈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진 10여 명에 달하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단 1건도 기소를 하지 못했다. 수사가 다섯 달을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윤 씨는 입을 다물고 있고 관련자들 또한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수사팀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러나 흐지부지 끝날 것으로 예상되던 수사에 돌발변수가 튀어나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제기된 바 있는 정몽규-진승현-윤상림 간의 삼각거래와 관련된 수사가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불거진 재벌 2, 3세 7~8명의 주가조작, 비자금 조성 의혹은 서서히 윤상림 사건의 또 다른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검찰 내에서조차 “어쩌면 윤상림 사건의 백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검찰은 올해 초 윤 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003년경 진승현 씨에게 건넨 15억 원 중 2억 원이 윤 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발견했다. 윤 씨는 진 씨의 형집행정지 등을 도와준 대가로 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 진승현(왼쪽), 윤상림 | ||
이미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신세기통신 주가조작에는 정 회장을 포함 L, C, K, 또다른 L 씨 등 재벌 2, 3세 7~8명이 개입됐다. 이들의 실명도 이미 공공연히 시중에 나돌 정도다.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없어 현재로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검찰은 줄곧 밝히고 있지만 이미 주가조작 및 세금포탈,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자료를 검찰이 올해 초부터 상당부분 확보해 왔다는 소문은 끊이질 않고 있다. 윤상림 게이트의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진승현-정몽규로 이어지는 어두운 거래와 관련된 비자금 의혹은 외환은행 매각 등 론스타와 관련된 각종 의혹과도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윤상림 수사와 관련 달라진 분위기는 수사팀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60명에 달하는 수사팀을 사실상 두 개로 분리한 상태다. 윤 씨의 개인비리와 관련된 수사를 조기 종결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 특수2부 핵심 인력들을 중심으로 기업 비자금과 관련된 수사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거악의 실체를 밝히는 일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의혹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이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이대로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그간 윤 씨와의 돈거래 사실이 확인됐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마지막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윤 씨와 돈 거래 사실이 확인된 바 있는 최광식 경찰청 전 차장, 김학재 전 법무차관이 조사를 받았고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도 아파트 공사대금 대납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직접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핵심관계자는 “이미 의혹이 제기된 고위인사들의 경우 적어도 한번은 불러서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 전 의원의 경우도 이미 돈 거래 사실이 확인되는 등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만큼 한번은 불러서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막바지로 치닫는 윤상림 수사가 어디까지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지 이번 주가 고비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