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와핑 부부들의 만남 장면(위·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스와핑이란 연인이나 부부끼리 서로 배우자를 교환해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변태성욕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스와핑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웃의 아내를 탐하기를 주저 않는 스와핑족들의 수는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국내 스와핑 실태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며 “3월 말 현재 유명 포털사이트 D사에만 스와핑 주선 카페가 20개 개설돼 1546명이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스와핑의 충격적인 실태를 파헤치기 위해 스와핑 커뮤니티에 잠입, 취재했다.
기자는 스와핑에 대해 보다 자세한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스와핑 희망자로 가장, 이른바 ‘스윙거’라고 불리는 스와핑족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몇 개의 관련 커뮤니티에 정식회원으로 가입했다.
스와핑 커뮤니티 사이트는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는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활동하는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포털사이트에서 스와핑 관련 카페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스와핑 커뮤니티인 것처럼 꾸민 성인사이트의 홍보 카페였다. 확인결과 스와핑 관련 카페들은 오히려 ‘OO들의 이야기’ ‘OO랑 아내랑’ ‘파트너 앤 OOO’ 등과 같이 아주 평범한 이름으로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었다.
스와핑 관련 일반 사이트와 카페는 회원가입만 한다고 해서 사이트의 게시물을 보거나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기모임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나 회비를 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는데, 이렇게 정회원이 돼야 비로소 본격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또 단순히 회비를 내고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실명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등 까다로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돈을 지불하더라도 정회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자 역시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끝에 정말로 스와핑을 원하는 정회원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 확인 결과 스와핑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과반수 이상은 실제로 스와핑을 즐기는 이들이 아닌 듯 보였다. 채팅을 통해 한 회원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목련꽃’이라는 닉네임의 이 남성회원은 “스와핑을 하고 싶은데 아내가 거부하고 있어 아직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설득 끝에 아내도 최근 슬슬 스와핑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내와 부부관계 사진을 사이트(스와핑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다른 회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아내 사진을 보고 스와핑을 제안해온 커플들이 3쌍이나 됐었는데, 이 가운데 두 커플은 지방 커플이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면 이 회원처럼 자신 또는 아내의 나체 사진을 올려놓거나 부부간의 은밀한 사생활을 동영상과 사진에 담아 올려놓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놓으면 이를 본 회원들은 댓글에 각자의 평을 남기거나 스와핑을 제안하기도 하며 이렇게 해서 스와핑이 성사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 게시판에 올려놓은 ‘은밀한 제안’들. | ||
지난 5일에는 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스와핑을 원하는 분은 쪽지 남겨 주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금융 컨설팅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부부입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데 주말에 가까운 지방으로 내려가 부부간의 만남을 가져볼까 합니다. 너무 나이가 많거나 기본적인 외모가 안 되는 분들은 사양합니다. 많은 연락 기다릴께요”라는 글이 남겨져 있는 것을 보고 접근을 시도했다.
자신을 김태영(가명·남·38)이라고 밝힌 그는 “지금까지 여섯 번 정도 스와핑을 했다”며 “스와핑을 할 경우 꼭 부부가 함께 나와야 하며 부부가 아니라 애인이나 다른 관계라면 만남을 원치 않는다”고 못 박았다. 김 씨는 “스와핑을 하려는 사람 가운데 남의 아내만 탐하려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 중에 간혹 윤락녀나 다른 여성을 데리고 나타나 부인이라고 속이는 경우가 있어서 나는 결혼사진을 서로 보여주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이 스와핑을 제안하는 글들은 각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매일 쏟아지듯 올라오고 있다. 그 글들을 살펴보면 “저희 부부와 함께 위험한 여행을 떠나요” “초보부부입니다. 관전만 원합니다” “강릉으로 떠나 스왑 한번 어때요” 등등 모두 노골적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스와핑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와핑을 하려는 회원들 가운데는 각종 변태행위도 모자라 엽기행각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XX커플○○’이라는 이름의 스와핑 카페에는 보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별도의 방을 개설해 놓고 있었다. 이 방은 2 대 1 섹스나 사회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할 행위까지도 원하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 중에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도 많다. 스와핑 경험담을 적나라하게 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형태의 스와핑을 제안하는 것들도 있다. ‘야성의 증명’이라는 닉네임의 한 회원은 게시판 글을 통해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하는 것을 비디오에 담아뒀다가 다음날 이를 보면서 아내와 관계를 가졌는데 너무 새로웠다”고 말해 할 말을 잊게 했다.
이들은 스와핑을 하면서 그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온라인에 버젓이 올려놓고 여기에 ‘오늘 아내와 함께 만난 커플들 너무 쿨했어요. 다음 주에 또 만나기로 했어요’라는 식의 자랑을 덧붙이기도 한다.
스와핑은 개인 사생활이라는 견해와 인간 타락의 극치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교묘하게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단속도 어렵거니와 또 단속을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그들만의 난교파티’ 단계로 진화해 버렸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관계자는 “인터넷 음란물 유포 혐의로 단속을 하려해도 조명이나 가면, 화면 구도를 이용해 교묘하게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누구인지 신원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최근 들어 업자가 아닌 개인이 올리는 이런 음란물이 급증하고 있어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인터넷에 떠돌던 스와핑 동영상은 대부분 가짜였으나 최근에는 실제 스와핑 장면을 촬영한 게 대부분이다. 이는 스와핑을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부부 스와핑에 대해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