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최근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기업 배당 활성화 등 경기촉진 정책에 힘 입에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왼쪽은 여의도 증권가.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해에도 코스피는 줄곧 2000선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2050선만 되면 힘이 빠져 다시 미끄러지며 지루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는 2050선을 가뿐히 넘어섰고, 2100마저 뚫을 기세다. 최근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리인하, 부동산경기 부양 등 강력한 경기촉진 정책을 잇달아 발표한 데다 기업들에 대한 배당 압력까지 높이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1010원 아래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1020원선을 회복하며 외국인의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였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역으로 여겨지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기업 배당 활성화에 대한 정책대안이 확보된 점이 주효했다”며 “수세적 정책대응에서 벗어나 경기가 장기 침체균형에서 탈피할 때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다짐은, 시장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중국 위안화 예금을 담보로 한 어음, 즉 외화예금담보부어음(ABCP)으로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외화예금 추이를 보면 6월 말 현재 외화예금 589억 5000만 달러 가운데 위안화 예금은 119억 7000만 달러로 20.3%에 달한다. 위안화 예금은 2012년 말 1억 70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지난해 말에도 66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체 외화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 정도였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고 위안화 예금의 절대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단기투자상품으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1년 만기 원화 예금 금리는 평균 연 2.8%에 그쳤지만 중국계 은행의 위안화 정기예금 금리는 3.2~3.4% 수준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연 금리 3.2~3.4%의 위안화 예금을 중국계 은행에 가입한다. 그 뒤 이를 담보로 어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어음의 이율은 연 3.0% 정도여서 증권사들이 약 0.2~0.4%포인트의 금리 차익을 얻는다. 한국 투자자들은 위안화 예금 상품 투자를 통해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중국계 은행은 중국 본토에서 할 때보다 절반 수준의 금리로 위안화를 조달할 수 있다.
중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예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본국의 규제 때문. 중국 정부는 예금금리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고, 예대율도 75%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한국에서 조달한 자금은 예대율 규제를 받지 않아 이를 현지에 있는 제조업·무역 계통 기업에 대출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금리 하락도 오랜만에 증권맨들의 어깨를 펼 수 있기 만든 요인이다. 지표채권인 3년 만기국고채권의 3월 말 금리는 2.87%. 그런데 6월 말에는 2.68%로 하락했고, 7월 들어서는 한때 2.4%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여서, 금리가 떨어질수록 채권가격은 올라간다. 당장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2분기 손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펀드 매니저는 “최근 한국은행과 정부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면서 채권금리가 많이 하락했다”면서 “모 대형 증권사의 경우 최근 한두 달 새 채권운용으로만 1000억 원 넘는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고 귀띔했다.
오랜만에 호재가 겹치면서 증권주들도 펄펄 날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 주가가 6~7월 30% 넘게 올랐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은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청산가치)를 넘어서며 오랜만에 ‘잠재 부실기업’ 딱지를 떼게 됐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구조조정은 마무리 국면이고, 브로커리지(중개영업)와 자산관리 부문도 저점을 확실히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대형 증권사는 보유하고 있는 평균채권규모가 12조 원에 육박, 안정적 금리하락기조에 따른 이익 개선 폭이 가장 크며, 비용감축에 있어서도 줄일 만한 여력이 많다”고 밝혔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