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뚫어줄 해결사역?
KT는 지난 7월 29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5조 8955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무려 8130억 원이나 됐다. 1분기 1520억 원 흑자에서 사상 최대 규모 적자전환으로 곤두박질쳤다. 2분기 순이익 역시 757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KT는 대규모 명예퇴직 비용에 따른 일시적인 적자라고 밝혔다. KT는 지난 4월 8000명가량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했다. KT에 따르면 이들의 퇴직금 등을 비롯해 1조 500억 원을 지출했고 이것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이러한 비용 지출이 없었다면 2370억 원 영업 흑자라는 것.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850억 원 늘어난 셈이다.
KT는 명예퇴직 비용을 털어내고 인력 감축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3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강조한 통신사업 강화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김인회 KT 재무실장은 “통신사업 경쟁력이 모든 분야에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3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KT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KT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KT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튿날 “유선부문의 매출 감소세, 높은 마케팅 경쟁강도 등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어 향후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회복할지 불확실”하다며 “유선부문의 매출 감소폭이 2012년 6000억 원, 지난해 5620억 원에 달해 인력 구조조정 효과가 지속될지 우려된다”고 KT의 앞날을 어둡게 내다봤다. 한기평은 지난 6월 10일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나이스(NICE)신용평가 역시 KT의 유선부문 매출 감소와 마케팅 비용 증가, 인건비 절감 효과 여부를 지적했다. 나이스신평도 지난 30일 “유선통신 부문 매출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선통신부문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인건비 절감 효과가 일시적일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KT는 차입금을 감축하기 위해 KT렌탈과 KT캐피탈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유선부문의 매출 감소를 만회하고 수익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즉 ‘접시 없는 위성방송’ 서비스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2년 7월 DCS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 관련 법령 부적합 판정을 받아 두 달 만에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시행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 관련 고시 제정이 임박함에 따라 KT가 DCS 사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CS 사업이 허용되면 KT로서는 수익성 개선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신과 방송을 융합하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선방송이나 IPTV방송은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을 수 없다’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에 적용되지만 위성방송은 가입자에 제한이 없어 KT로서는 DCS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를 무제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DCS 관련 특허만도 7개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신기술”이라면서 “ICT특별법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KT에 불리한 상황이다. 점유율 합산 규제가 포함된 방송법개정안이 발의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법개정안을 발의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안 처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KT로서는 이 규제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KT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이미 33%를 넘어선 상태여서 만약 이 규제 법안이 처리되면 DCS는 필요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황창규 회장이 이 규제 법안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질 정도로 KT는 절박한 상황이다. KT는 지난 3월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최근에는 최영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대외협력(CR)정책담당(상무보)으로 불러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들을 잇달아 영입한 것은 그들의 인맥을 활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KT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통해 규제 법안을 저지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회사에 상무보가 300명가량인데 한 사람 영입한 것을 두고 확대해석하는 듯하다”면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DCS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로비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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