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환 전 대법관의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 상도동의 편의점.
김 전 대법관은 2013년 3월 공직을 마친 뒤 부인이 운영하던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파격행보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9월 대형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로 가면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바 있다.
차남 김 씨가 투신했다는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박 아무개 씨(65)는 “김 전 대법관이 장례 기간 중 침통한 표정으로 현장에 왔었다”고 사건 이후 상황을 전했다. 박 씨의 말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차남이 사망한 다음날 검은 넥타이와 양복을 입은 채로 동료 변호사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아파트를 찾았다고 한다. “아들이 마지막 가는 모습이 부모로서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관리사무소로 모시고 가서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여줬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현장 CCTV에 따르면 김 씨가 엘리베이터를 탄 건 오전 3시 42분이었다. 아파트 노상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시점은 오전 5시경이었다. 그 사이 김 씨의 모습은 CCTV 어디에도 잡히지 않았다. 12층에 올라가 한 시간 남짓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김 전 대법관은 아들이 왜 갑자기 자살을 택했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닌가 의심해 CCTV를 다 돌려봤다. ‘애비 잘못 만난 탓에 아들이 죽었습니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자식 잃은 슬픔이 오죽하겠느냐. 비도 부슬부슬 며칠 이어 내렸던 날씨 탓인지 더 서글퍼 보였다”며 “대법관이나 지낸 분이 말 한 마디면 아들을 취직시킬 수 있었을 텐데 워낙 청렴해 그런 걸 안 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가 투신한 아파트는 현재 거주지가 아닌 4년 전 살던 곳이라고 현장 주민들은 전했다. 박 씨는 “왜 현재 사는 곳이 아닌 이곳에 와서 투신했는지 김 전 대법관도 의아해했다. 내가 보기엔 어렸을 때 다녔던 중고등학교를 둘러보고 좋은 추억이 있던 곳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김 전 대법관이 아파트 122개동 중 가장 평수가 작은 동에 살았다. 그리고 인근 낡은 아파트로 이사가 살고 있는 걸로 안다”며 “고위공직자를 지낸 사람 같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김 전 대법관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는 화제의 ‘대법관’ 편의점(상도동 소재)은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주인 유 아무개 씨는 “편의점 옆에서 같이 운영하던 야채가게가 잘 되지 않아 상가 두 칸을 터서 편의점 확장공사를 했다. 열흘 전쯤부터 공사가 들어갔는데 사모님이 나와서 공사 현장을 챙겼다. 5일부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작은아들인지 큰아들인지는 모르겠는데 편의점에서 가끔 아들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야채가게에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편의점을 보기도 했다”며 “김 전 대법관 가정에 불화가 있어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로펌에 근무하는 김 전 대법관이 여전히 나와 편의점을 돌보기도 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상심이 클 텐데 계속 가게를 운영해나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모님이 평소에 가게운영에 많은 애착을 보이셔서 곧 털고 일어나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유 씨는 기대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