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오른쪽)이 형인 박삼구 회장(왼쪽)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지 4개월여가 지났지만 법원은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7일 아시아나항공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지난 2009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감회가 남달랐겠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동생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복귀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2459만 3400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도 금호석유화학 측 대리인은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10% 이상의 상호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상호출자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다”며 “따라서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삼구 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투표나 확인절차 없이 원안대로 승인되자 금호석유화학 측은 “2대주주인 우리가 반대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의장이 어떤 근거로 과반이 찬성했다며 가결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금호석유화학은 주총이 끝난 직후인 4월 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아시아나항공과 박삼구 회장 등을 상대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및 취소 청구 소송’ 및 ‘박삼구 회장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의 부존재 확인 또는 취소 청구 사건의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박삼구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대표이사 및 이사 직무를, 정창영과 정건용 이사의 직무를 각각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소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소송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아직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은 소 제기 직후인 4월 23일 한 차례 심문기일만 열렸을 뿐이다.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및 취소 청구 소송은 지난 6월부터 지난 8월 14일까지 세 차례 변론기일이 잡혔지만, 기일변경 신청으로 연기돼 열리지 않고 있다. 다음 변론기일은 9월 중순으로 예정돼있지만 열릴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소송과 관련돼 심리할 내용이 많아 결정이 늦어지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은 일반적으로 1~2개월 안에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의 경우 회사에 장기간 경영 혼란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건에 비해 신속하게 처리하는 편”이라면서 “통상적으로 한두 달, 길어도 서너 달 안에는 결론이 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은 늦는 편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때문에 박삼구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의 결론 통보가 자꾸 미뤄지는 것을 두고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소송 결과가 늦게 나오면 제기할 당시 사안의 중요성이나 당면한 심각성이 희미해진다. 우리 측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4개월여 동안 박삼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0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재무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졌다”며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제2저가항공사 설립 추진, 저가항공 계열사 에어부산 상장 추진 등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결론이 나오지 않고 지연되는 것에 대해 재판부의 상황이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소송의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법조계 관계자는 “소송 결론을 내리는 데까지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기각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며 “직무를 정지시킬 사유가 명백하면 재판부에서 바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네 달 넘게 끌었다는 건 확실한 증거나 사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