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주식시장의 일중 가격변동폭을 현행 15%에서 30%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증시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외한은행 딜링룸.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보다는 1992년 증시 개방, 1995년 일중매매(데이트레이딩) 허용, 1996년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 개설, 1998년 무제한 일중매매 허용 등의 개방화 조치가 거래대금을 기조적으로 늘리는 데 기여한 조치들”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2008년 발간된 자본시장연구원의 ‘가격제한폭제도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 자료를 인용하며 “상·하한가 빈도분석에서 가격제한폭에 도달하는 빈도는 8% 기간에 가장 높고 현행 15% 기간에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현행 가격제한폭이 변동성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도 “증시는 여러 복합적인 면을 반영하고 있어 과거의 제한된 사례만 놓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으며, 그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미 대형주 편중 현상이 심한데, 이번 조치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가격제한폭이 커지면 수급기반이 취약한 중소형주의 변동성, 즉 투자 위험은 더 커지지만 수급기반이 탄탄한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당장 증권사들의 중소형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깐깐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서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는 가격제한폭을 넓힌다 하더라도 시장의 관심과 분석자료 제공이 빈번해 변동성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중소형주에 대해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해져 주가 변동성과 관련해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대형주 선호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이유가 있다. 긍정적 해석을 통해 투자자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거래대금 증대를 통한 수혜를 노리겠다는 셈법이다. 실제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의 최대 수혜주로 거론되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유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상한제 확대의 수혜주는 일중매매 강점이 크고 주식중개영업 시장점유율도 가장 높은 키움증권에 일차적으로 집중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아니나 다를까. 키움증권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1998년 가격제한폭이 15%로 변경된 이후 시장의 거래대금 규모의 레벨 업이 이루어졌다”며 다른 증권사 전문가들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변동성 확대와 일부 투자자들에 의한 가격 왜곡 우려도 제기될 수 있지만 초반에는 제도적인 장치로 변동성을 줄이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격제한폭 확대가 설령 개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시장 구조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변동폭 확대가 증권시장의 변동성을 높여 개인거래 비중 및 회전율이 상승하여 거래대금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주식시장의 개인거래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관련 영향은 과거 대비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관측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