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인터넷 자살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자살을 도와달라고 주문하는 글이 생각보다 많다. 아무리 자살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글에 따라붙는 댓글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경우 특별한 내용 없이 이메일 주소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자는 뜻이다.
기자가 직접 이 가운데 몇 개의 이메일을 선별해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보내 보았다.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메일을 보낸 세 명 모두에게서 답장이 왔다. 이들은 죽을 장소를 정했는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죽기를 원하는가 등을 물어 왔는데 그중 한 명은 자신도 죽고 싶다며 혼자 죽기 겁나니 제발 같이 죽자고 애원하는 내용의 글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들 중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은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자살할 것과 자살을 도와주는 데 따르는 적당한 ‘수고비’였다. 그 이외에 구체적인 사항은 직접 만나서 논의하자고 했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따르면 자살 도우미들은 의외로 의학적 지식에 밝다. 독극물의 종류와 그 효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기본이고 심장쇼크를 일으키는 방법 등 ‘죽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살 도우미들이 전하는 자살 방법은 생선의 맹독을 이용해 죽는 법, 꽃에서 추출한 화학성분을 이용해 죽는 법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몇몇 자살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본 결과 자살 희망자와 도우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살방법은 과다출혈에 의한 사망이었다. 자살 도우미들은 칼로 동맥을 자르는 직접적인 방법 대신 자살 희망자가 주사바늘을 이용해 피 뽑는 것을 도와준다고 한다. 그리고 자살희망자가 사망하면 호스를 빼고 ‘현장’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는 것.
이 같은 자살도우미들 가운데는 과거 자살을 깊이 고민하거나 시도했던 이들이 많다. 죽으려 했다가 타인의 죽음을 도와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쪽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자살한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 두기도 한다. 자살자 가운데 평온한 표정으로 죽은 이의 사진을 자살 희망자들의 이메일로 보내 ‘이렇게 편히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자살을 부추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자살사이트 게시물 중에는 “자살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사람이 보여준 사진을 보니 정말 모두 편히 잠든 모습이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그 사람을 만나 죽음을 부탁할 예정”이라는 글도 있었다. 그 아래로 같이 죽자며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