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00만 4665대다. 판매량도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지난 6월 사상 최초로 수입차 국내 시장점유율 15%를 돌파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9.2%가 증가한 1만 7803대가 신규 등록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을 봐도 9만 4263대로 지난해보다 26.5%나 높아진 수치다. 이는 과거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가량을 점하고 있던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 자동차업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국내 수입차 대수만큼 수입차 업체에 대한 문제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딜러에 따라 판매가는 천차만별이고, 늦장 서비스와 비싼 수리비용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차를 구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 값을 주고 사면 봉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입차 가격은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 그동안에도 수입차 정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어왔지만, 수입차는 ‘돈 있는 살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사는 차’라는 인식이 강해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국내 시장점유율이 15%까지 오르면서 수입차 구매도 대중화돼 가격의 적절성 문제가 많은 이들에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서울모터쇼.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DB
수입차의 가격 격차 논란은 ‘딜러판매 방식’이라는 2중 유통구조에서 야기된다.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수입차 기업들은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한국법인들을 설립했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한국법인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두고 있는 식이다.
그러나 판매는 BMW코리아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한국법인의 업무가 아니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는 별도의 딜러사가 맡고 있다. 이러한 2중 유통구조 방식을 ‘딜러판매 방식’이라고 하고,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이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딜러판매 방식은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원화된 유통구조로 인해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한국법인에서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업활동 반경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의 수를 늘리기 시작했고, 경쟁이 치열해진 딜러들 사이에 실적을 위해 자신들의 마진율을 낮추면서까지 수입차 구매자들에게 무분별한 ‘고무줄 할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입차 BMW 528i의 공식 국내 판매 가격은 7190만~7790만 원이다. 그러나 직접 매장을 방문하면 딜러에 따라 기본 500만~650만 원씩 할인폭이 적용된다. 블랙박스·하이패스 장착 등 서비스도 다르다. 심지어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차 경우 국산 중형차 한 대 가격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딜러들의 할인에 따른 가격 차이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아, 수입차의 정가는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할인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의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수입차의 수입원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판매가격의 약 60~70% 수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또한 딜러판매 방식 이라는 이원화된 유통구조는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매한 후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업체와 판매를 맡은 딜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한다. 실제 수입차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국내법인에 문제를 제기하면 판매 이후 문제는 딜러 측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온다. 그러나 수입차 딜러 측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불편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수입차에 고장이 났을 때 애프터서비스(AS) 문제는 수입차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고 왔다. 우선 늘어나는 수입차 수에 비해 정비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6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전국 정비센터 수는 BMW가 40곳, 메르세데스-벤츠 36곳, 폭스바겐 25곳, 아우디 21곳이다.
직영 정비센터 23곳과 ‘블루앤즈’라는 협력 정비소 1400개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직영 19개 ‘오토큐’ 협력 정비소 807개가 있는 기아차와 크게 차이가 난다. 이에 수리가 필요한 수입차 운전자의 경우 정비센터에 사전에 연락을 취해 직접 해당 부품이 있는지, 수리가 가능한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비센터가 인근에 없어 정비가 필요한 차를 몰고 1~2시간을 가야하는 수고로움도 생길 수도 있다.
막상 정비센터를 찾아간다고 해도 정비센터 수가 적다보니 정비센터 1곳에서 감당해야할 물량이 많아, 수리를 받기 위해 예약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우디는 지난해 2조 1532억 8882만 882원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정비센터가 21곳에 불과해 1곳당 평균 수리대수가 4000대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수리 맡긴 차를 다시 받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다. 다른 수입차 정비센터도 1곳당 처리해야할 차량수가 3000여 대에 달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입차는 정비업체가 많지 않아 AS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처럼 정비센터의 수가 적은 것은 수입차 수입업체와 판매업체가 다르듯이 정비 역시 한국법인이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입차 기업의 한국법인에서는 차를 더 많이 팔아 실적을 올리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정비센터 확충 설립은 해당 지역의 딜러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모든 부담은 딜러사와 이용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또한 AS에 있어 수입차는 단순한 부품 교환도 외국에서 부품을 공수해 와야 하는 경우가 많아 국산차보다 수리기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고, 부품가격도 생산국과 대비해 최대 60%까지 비싸다. 수입차 부품값 거품의 핵심은 한국에서는 본사에서 판매하는 OEM(생산자 주문 생산방식)의 부품만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해 판매하는 구조에 있다. 반면 수입차 생산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러 대체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있다. 물론 ‘순정부품’ 문제는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지난해 대체부품의 성능과 품질인증 기준을 도입해 대체부품 사용을 가능케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원활히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부품가격 뿐만 아니라 정비에 필요한 인건비 산정에 있어서도 수입차는 보험 및 정비업체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아 수리비 상승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시간당 인건비는 벤츠가 평균 6만 8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BMW가 6만 원, 아우디·폭스바겐이 5만 5000원, 렉서스 5만 원 등으로 국산차 인건비보다 상당히 높았다.
한편 이러한 수입차 구매와 이용의 개선되지 않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입차는 국내 시장점유율 15%를 넘는 등 인기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법인인 BMW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1조 9068억 원, 영업이익 257억 4229만 원을 기록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같은 기간 매출액 2조 1533억 원에 영업이익 407억 5303만 원을 나타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액 1조 3605억 5792만 원, 영업이익 423억 7129만 원을 달성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