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하락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2100 벽을 넘지 못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요신문 DB
연초부터 8월 25일까지 코스피 시가총액은 3.95% 증가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그룹 전자 3인방’을 뺀 시총은 무려 7.33% 늘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 하락하기 시작한 6월 3일 이후부터 따지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은 2.69% 늘었지만, 시총이 16.4%나 쪼그라든 삼성의 전자 3사를 빼면 증가폭이 7.31%로 높아진다. 코스피 내 삼성 전자 3사의 시가총액 비중도 연초 17.67%에서 시작해 6월 3일 19.44%까지 높아졌지만, 8월 25일에는 15.82%까지 미끄러졌다.
문제는 당분간 ‘삼성의 시장 발목잡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7월 초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 직후만 해도 3분기 영업이익이 7조 원대 중반일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영업이익 5조 원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에 공개되는 애널리스트 예상치는 6조 원대지만, 실제 주식에 대한 투자결정을 내리는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5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대라는 예상이 널러 펴져 있다”고 말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핸드셋의 경우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판매단가 하락과 제조 경비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로 전분기 대비 수천억 원의 감익이 예상되며, 가전 부문도 TV 판매 부진으로 수천억 원대의 이익 감소가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스마트폰 부진 외에도 가전사업부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8조 원을 넘었는데, 올해는 채 16조 원이 안 된다. 하반기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대로 떨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37조 원에 10조 원 가까이 부족해지게 된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려감 해소 및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의 혁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 스마트폰 점유율 회복, 주주환원 정책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 할 것”라고 분석했다. 기술혁신이나 제품개발, 점유율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가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경영진이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주주환원 정책, 즉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당분간 미래 투자를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차기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주주환원 확대를 에둘러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삼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주가하락을 오히려 수수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 경영진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부진한 주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저금리 덕분에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재용의 ‘첫수’가 늦어진다면 2011년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232.47은커녕 2100선 안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외부 환경도 만만하지 않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논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종결될 10월 이후부터 가속화할 수 있고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도 9월보다는 4분기에 본격화할 수 있다”며 9월 코스피 예상 변동폭은 2000~2150으로, 이번이 연중 최고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